우리 말도 익혀야지
(991) 뿐
저는 착한 시민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감옥에 갇히지는 않을 거예요. 뿐만 아니라, 나중에 이곳에 와서 여기 있는 사람 모두를 자유롭게 해 줄 거예요
《잔니 로다리/이현경 옮김-치폴리노의 모험》(비룡소,2007) 8쪽
뿐만 아니라
→ 이뿐만 아니라
→ 그뿐만 아니라
→ 그럴 뿐만 아니라
…
‘뿐’은 매인이름씨이거나 토씨입니다. ‘뿐’은 이음씨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 보기글처럼 글 첫머리에 나올 수 없습니다. 다른 낱말이 앞에 나와야 비로소 ‘뿐’이 나올 수 있습니다. “밥을 먹었을 뿐이에요”라든지 “가만히 있었다 뿐이지”처럼 쓰는 낱말입니다. “내가 가진 돈은 이것뿐이에요”라든지 “이 책뿐 아니라 저 책도 재미있어요”처럼 쓰는 낱말이지요. “뿐만 아니라”라든지 “뿐 아니라”처럼 글 첫머리에 쓰지 못합니다.
글 첫머리를 열자면 “이뿐 아니라”나 “그뿐 아니라”처럼 적어야 합니다. “이럴 뿐 아니라”나 “그럴 뿐 아니라”처럼 적든지요.
문학을 하는 이들뿐 아니라, 신문에 글을 쓰는 이들 모두 ‘뿐’을 올바르게 다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날 두루 퍼지는 글을 살피면, 문학과 신문에서 ‘뿐’을 너무 잘못 써서 아주 잘못 퍼뜨립니다. 4347.9.9.불.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저는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나 감옥에 갇히지는 않겠어요. 이뿐만 아니라, 나중에 이곳에 와서 여기 있는 사람 모두를 풀어 주겠어요
‘시민(市民)’은 그대로 둘 수 있지만, 보기글 뒤쪽에 ‘여기 있는 사람’처럼 나오는 만큼, 첫머리에서도 ‘사람’으로 손질하면 한결 낫습니다. ‘하지만’은 ‘그러나’나 ‘그렇지만’으로 손보고, “않을 거예요”는 “않겠어요”로 손보며, “자유(自由)롭게 해 줄 거예요”는 “풀어 주겠어요”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