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먹자 89. 2014.8.30. 우는 소리 들으며



  새벽 일찍 일어난 아이들이 아침부터 울어댄다. 과자를 달라느니 빵을 달라느니 울어댄다. 과자맛과 빵맛을 아니 이렇게 울어댄다. 아이들이 밥맛만 안다면 “배고파요. 밥 주셔요.” 하고 말했겠지. 아이들이 우는 소리를 해도 한귀로 흘린다. 아이들이 아직 깨지 않은 깊은 새벽에 미리 씻어서 불린 쌀을 다시 헹군 뒤 물을 맞추어 불을 올린다. 엊저녁에 남은 국에 물을 넣고 만두를 넣어 불을 올린다. 달걀도 삶기로 한다. 이러고 나서 불 앞을 지키면서 책을 살짝 읽는다. 부엌에서 밥과 국에 불을 올리니 아이들 울음소리가 가라앉는다. 나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조금만 기다리면 맛나게 밥을 먹을 수 있구나 하고 알아챘다. 밥 끓는 소리가 아이들을 얌전하게 해 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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