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책이름에서 묻어나는 느낌이 보드랍다고 여겼다. 그런데 선뜻 손이 가지 않아 여러 해 동안 안 읽고 묵혔다. 사진과 글을 보면서 여러모로 정갈하게 어루만지는구나 하고 느낀다. 그런데, 어딘가 아쉽다고, 무엇인가 없다고 느꼈다. 이 한 가지는 무엇일까. 왜 보드라우면서 정갈한 사진과 글로 가꾼 이야기가 가슴으로까지 와닿지 못할까. 한참 생각하면서 책을 되읽다가 문득 깨닫는다. 《가만히 거닐다》를 빚은 분은 ‘혼자’ 움직인다. 동무가 없이 혼자 움직인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일이 있거나 궁금한 일이 있을 때에 ‘혼자’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저쪽에서 어떤 마음인지 묻지 않는다. 저쪽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그러니까, 《가만히 거닐다》를 이루는 사진과 글은 ‘혼자 즐기는 삶’인 셈이다. 이웃이나 동무와 ‘함께 즐거운 삶’으로는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다. 혼자 즐기는 삶이라서 나쁠 일이 없다. 혼자 즐기는 삶은 남을 해코지하거나 괴롭히거나 따돌리지 않는다. 삶은 얼마든지 혼자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볼 노릇이다. 혼자 즐기면서 여행을 다닐 적에 무엇을 보는가? ‘내가 만든 골목이나 마을’을 거니는가? 아니다. 내 이웃과 동무가 오랜 나날에 걸쳐 사랑과 땀과 이야기로 가꾼 골목이나 마을을 거닌다. 나는 ‘혼자 즐기는 삶’이라지만, 내가 마주하는 모든 여행지와 숙소와 마을은 ‘내 이웃과 동무가 함께 노래하면서 가꾼 즐거운 삶’이다. 혼자 삶을 즐길 수 있는 까닭은 내 이웃과 동무가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노래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함께 즐거운 삶’으로 거듭날 수 있는 사진과 글이 된다면 훨씬 빛나리라 본다. 보드랍고 정갈한 사진과 글이 한결 빛날 수 있도록, 따사로운 손길로 이웃과 동무한테 사랑스러운 손길을 내밀 수 있기를 빈다. 4347.9.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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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거닐다- 교토, 오사카... 일상과 여행 사이의 기록
전소연 지음 / 북노마드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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