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9.4.

 : 참새 무리짓는 가을



- 한가위를 앞두고 우체국에 다녀오기로 한다. 아이들은 비눗방울 놀이를 하느라 바쁘다. 자전거에 오를 적에도 비눗방울 인형을 목에 건다. 싱그러운 바람을 가르면서 천천히 달린다.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본다. 우체국에 닿아 아버지가 편지를 부치는 동안 두 아이는 우체국 안팎을 달리면서 논다. 어디에서나 달리며 노는 아이들은 우체국이고 가게이고 가리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 집안은 숲에 깃들어 살아야 한다. 숲에 깃들어야 아이들이 신나게 마음을 놓고 뛰놀 수 있으니까.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가만히 살핀다. 하늘빛은 어떤 숨결로 우리한테 스며드는지 헤아린다. 저 파랑과 하양은 우리 마음에 어떻게 젖어드는가 돌아본다. 한참 하늘빛과 구름빛을 생각하는데, 우리 자전거 앞쪽으로 참새떼가 한꺼번에 움직인다. 참새떼는 가만히 있어도 될 노릇이지만, 뭔가 소리가 나면 한꺼번에 일어난다.


- 되게 많다. 참말 많다. 이쪽 논에서 저쪽 논으로 날아가는 참새들이 아주 많다. 문득 생각한다. 이 참새들은 놀라서 움직이지는 않을 수 있다. 재미 삼아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날아가는구나 싶다. 가을이 새록새록 영근다. 볕이 따끈따끈하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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