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43. 내가 너한테 다가설 적에



  마음에 쏙 드는 동무한테 다가설 적에 어떻게 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무척 아끼는 동무하고 이야기를 나눌 적에 어떻게 하는지 헤아려 봅니다.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동생 언니 누나 오빠한테 어떻게 마주하는지 되뇌어 봅니다.

  어떻게 하는가요? 내가 마음으로 아끼는 동무와 이웃한테 어떻게 하지요? 사랑스러운 한집 사람들하고 어떻게 말을 섞지요? 동무가 하는 말을 사이에 싹둑 끊나요? 이웃한테 다짜고짜 한참 내 말만 늘어놓나요?

  사진을 찍는 매무새는 ‘내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마주하는 매무새여야 한다고 느낍니다. 언제나 이러한 밑마음이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사진으로 찍힐 사람을 아끼거나 좋아하거나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사진을 찍을까요?

  그런데, ‘사진을 찍는 내’ 눈높이나 눈길에 맞추는 아낌이나 좋아함이나 사랑이어서는 안 됩니다. ‘사진으로 찍히는 네’ 눈높이와 눈길을 헤아리고 살필 줄 아는 아낌이나 좋아함이나 사랑이어야 합니다.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려면 서로 넉넉한 마음이어야 합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려면 서로 즐거운 마음이어야 합니다. 알콩달콩 이야기잔치를 누리려면 서로 따사로운 마음이어야 합니다. 사진기를 손에 쥐고 ‘사진으로 찍힐 사람’을 바라보거나 마주할 적에는, 늘 내 마음이 넉넉하면서 즐겁고 따사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넉넉하지 않은 마음으로 사진을 찍으면 어떻게 될는지 생각해 보셔요. 즐겁지 않은 마음으로 사진을 찍으면 어떤 모습이 나타날는지 생각해 보셔요. 따사롭지 않은 마음으로 사진을 찍으면 누가 이 사진을 보면서 반갑다고 할는지 생각해 보셔요.

  꽃을 사진으로 찍는 사람은 꽃을 밟거나 함부로 꺾는 사람이 아닙니다. 꽃을 아끼고 사랑하며 보살필 줄 아는 사람이 꽃을 찍습니다. 골목을 사진으로 찍는 사람은 골목이웃이 어떻게 지내는지 모른 척하거나 등돌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골목을 사진으로 찍는 사람은 골목동네 사람들을 이웃으로 여기면서 늘 즐거이 어깨동무를 하는 사람입니다. 언제나 마음을 활짝 열고 서로서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요. 4347.9.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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