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39. 노는 사람이 사진을 찍는다



  노는 사람이 일을 합니다. 잘 놀던 사람이 일을 잘 합니다. 놀지 않는 사람은 일을 하지 않습니다. 잘 놀지 못하던 사람은 일을 잘 못 합니다.


  어릴 적에 즐겁게 놀던 아이들은 씩씩하고 튼튼하게 자라 일 잘 하는 어른으로 삶을 가꿉니다. 어릴 적에 즐겁게 놀지 못하던 아이들은 그리 씩씩하지도 튼튼하지도 않다 보니, 어른이 되어서 즐겁게 일하는 삶을 누리지 못합니다.


  잘 놀던 사람이 일을 잘 합니다. 잘 놀지 못하던 사람은 일을 잘 못 합니다. 왜냐하면, 일이란 모름지기 몸을 쓰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부터 신나게 뛰놀면서 온몸을 알맞고 튼튼하며 즐겁게 쓰던 사람은 차츰차츰 자라면서 어떤 일과 만나거나 부딪히거나 마주하더라도 씩씩하거나 튼튼하기 마련입니다. 어떤 놀이라도 즐겁게 누리던 아이들은 어떤 일이라도 즐겁게 해냅니다.


  사진찍기는 기계질이 아닙니다. 기계를 잘 다루는 일은 사진찍기가 아닙니다. 초점과 구도와 황금분활과 이것저것 기계처럼 빈틈이 없이 맞추는 일은 사진찍기가 아닙니다. 사진찍기는 우리 이야기를 담아서 우리 이웃과 나누는 삶입니다. 그러니, 어릴 적부터 잘 놀던 사람이 사진을 즐겁게 찍으면서 사진에 담은 이야기를 이웃과 즐겁게 나눌 수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잘 놀지 못하던 사람은 사진을 즐겁게 찍기 어렵습니다.


  그러면 어떡해야 할까요. 어릴 적에 즐겁게 놀지 못하던 사람은 어떡해야 할까요. 길은 늘 있습니다. 길을 바라보면 됩니다. 어릴 적에 못 놀았다구요? 그러면, 어른인 오늘 놀아요. 회사를 빠져도 됩니다. 회사는 잘 나가되, 회사를 마친 뒤 신나게 놀아요. 술을 퍼마시는 짓은 놀이가 아닙니다. 온몸을 움직여 마음껏 뛰고 달리고 춤추고 노래하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놀이를 누려요.


  천천히 동네 한 바퀴를 걸어도 놀이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두어 시간쯤 달려도 놀이입니다. 깊은 숲에 들어가 풀밭에 드러누워 낮잠을 자도 놀이입니다. 세탁기를 쉬게 하고는 커다란 고무통에 이불을 담가서 발로 밟아서 빨래를 해도 놀이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 구석구석 쓸고 닦고 치우는 살림도 놀이입니다. 종이접기나 종이오리기도 놀이입니다.


  어떻게 놀면서 즐겁게 하루를 밝힐까 하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이틀을 보내며 사흘을 보내다 보면, 내 손은 저절로 사진기를 쥐리라 느껴요. 잘 놀면 사진을 잘 찍습니다. 4347.9.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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