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가을 탱자잎



  첫가을로 접어든다. 첫가을로 접어들면서 잎빛이 모두 달라진다. 봄부터 즐겁게 먹던 풀잎은 차츰 억세면서 쓴맛이 감돈다. 우리더러 그만 먹으라는 뜻일 수 있다. 이제 꽃대를 올려 씨앗을 맺어야 하는데 자꾸 잎을 뜯으면 꽃대를 올리기 힘들다는 소리라고나 할까.


  탱자알은 참 천천히 익는다. 탱자꽃이 진 지 한참이지만 아직 탱자알은 짙푸르다. 가만히 보면 탱자잎이 먼저 옅푸르게 바뀌고, 탱자잎이 더 옅푸르다가 옅누렇게 빛깔이 빠질 무렵 탱자알도 차츰 노오란 빛이 들지 싶다.


  탱자잎을 바라보면서 날씨가 어떻게 달라지는가 하고 곰곰이 느낀다. 텔레비전이 없던 사람들은, 신문이나 인터넷이 없던 사람들은, 우리 삶자락에서 언제나 마주하는 잎사귀 하나와 흙내음 하나로 얼마든지 날씨와 철을 읽었으리라 느낀다. 4347.9.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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