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백과사전 - 내 안의 모든 감정과 만나는 그림책 밝은미래 그림책 18
메리 호프만 글, 로스 애스퀴스 그림, 최정선 옮김 / 밝은미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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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25



마음을 이야기해요

― 감정 백과사전

 메리 호프만 글

 로스 애스퀴스 그림

 최정선 옮김

 밝은미래 펴냄, 2014.5.30.



  어머니나 아버지가 걱정을 늘어놓으면 아이들도 어느새 걱정을 물려받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걱정을 하지 않으면 아이들도 걱정을 모릅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즐겁게 웃고 노래하면 아이들은 늘 웃고 노래하면서 하루를 누립니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즐겁게 웃거나 노래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웃음도 노래도 좀처럼 스스로 길어올리지 못하곤 합니다.



.. 행복 유전자를 타고난 것처럼 언제나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도 있어. 어떨 땐 반짝이는 햇살만 봐도 행복한 기분이 든단다 ..  (5쪽)



  사랑을 물려주는 어버이는 아이들이 앞으로 어른이 될 적에 이웃과 동무한테 사랑을 나누어 주도록 이끕니다. 근심과 슬픔을 물려주는 어버이는 아이들이 앞으로 어른이 될 적에 이웃과 동무한테 근심과 슬픔을 퍼뜨리도록 이끕니다.


  참말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옳거나 그르다고 가르지 않으면서 받아들입니다. 아이들은 좋거나 싫다고 금을 긋지 않으면서 맞아들입니다. 사랑이라서 옳거나 좋다고 받아들이지 않아요. 어버이가 사랑스럽게 지내니, 이러한 모습을 늘 지켜보면서 사랑을 받아들입니다. 근심이라서 그르거나 슬픔이라서 나쁘다고 쩍쩍 가르지 않습니다. 어버이가 늘 근심과 슬픔에 젖어서 지내니, 아이들은 그저 늘 바라보면서 하나둘 맞아들입니다.




.. 살다 보면 속상한 일도 생겨. 친구가 너를 무시하거나 따돌린다면 ..  (14쪽)



  메리 호프만 님이 글을 쓰고, 로스 애스퀴스 님이 그림을 그린 《감정 백과사전》(밝은미래,2014)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즐거움과 흐뭇함 같은 느낌뿐 아니라 걱정과 창피 같은 느낌을 두루 이야기합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즐거운 느낌보다 서운하거나 고단한 느낌을 조금 더 이야기하지 싶습니다.


  가만히 살피면, 이 그림책에서 서운하거나 고단한 느낌을 더 다룰 만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여느 어버이는 즐거운 느낌보다 서운하거나 고단한 느낌으로 하루하루 살림을 꾸린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어른들은 걱정이 참 많습니다. 오늘날 어버이들은 근심덩어리라 할 만합니다. 아이를 낳아 함께 지내면서 즐겁게 웃고 노래하며 춤추는 어버이는 얼마나 있을까요. 학교와 학원 때문에 걱정할 뿐 아니라, 돈 때문에 근심이 가득합니다. 뒤틀린 정치와 경제와 사회 때문에 골이 아픕니다. 자동차 소리 때문에 언제나 귀가 아프고, 매캐한 바람과 찌뿌둥한 하늘을 짊어진 채 하루하루 힘겹습니다.


  맑은 물을 못 마시는 사람들입니다. 어른도 아이도 똑같습니다. 하루라도 수돗물이 끊기면 도시에서는 큰일이 생깁니다. 하루라도 가스가 끊기거나 전기가 끊겨 보셔요. 어떻게 될까요. 아이들은 딱히 걱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어른들은 온통 걱정투성이입니다.


  전쟁이 터지면 어쩌지요? 아버지나 아저씨는 군대에 끌려갈 걱정을 해야겠지요. 전쟁이 터지면 도시사람은 어떻게 하지요? 어디 몸을 옮길 시골이 있을까요. 시골로 몸을 옮기더라도 어떻게 먹고살까요? 전쟁이 아니더라도 핵발전소가 터지면 어쩌나요? 핵발전소가 아니더라도 화력발전소가 터지면 어떡하나요? 화력발전소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미군부대에서 흘려보낸 엄청난 쓰레기와 석유찌꺼기와 중금속은 어떡하나요?




.. 정말로 부끄러워서 어떡해야 좋을지 몰랐던 적이 있니? 떠올리기만 해도 창피해서 숨어 버리고 싶은 일,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있어. 엄마나 아빠가 사람들 앞에서 너를 창피하게 만들 때도 있을 거야 ..  (22쪽)



  마음을 바라봅니다. 아이들이 서로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마음을 마주합니다. 아이와 어른이 서로 따사롭게 마주하면서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어른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마음이 넉넉할 때에 즐거운 하루가 됩니다. 마음이 기쁠 때에 환하게 웃습니다. 환하게 웃는 마음일 때에 사랑이 샘솟습니다. 사랑이 샘솟을 때에 노래가 흐르고 춤이 절로 나옵니다.




..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일도 자꾸 걱정하다 보면 큰일처럼 느껴지거든. 이런 말 들어 봤니? “작은 걱정이 큰 걱정을 만든다.” 네 고민을 털어놓을 만한 사람이 없으면 종이에 네 걱정거리들을 하나하나 적어 보는 것도 좋아 ..  (27쪽)



  마음을 이야기하는 《감정 백과사전》은 우리한테 꼭 한 가지를 힘주어 말하려는구나 싶습니다. 어려운 일도 괴로운 일도 슬픈 일도 고달픈 일도 있을 테지만, 우리 스스로 웃고 노래하면, 모든 실타래를 풀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하지 싶습니다. 내가 먼저 한발 나서서 어깨동무를 하자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내가 스스로 웃고 노래하자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돼요. 내가 먼저 웃으면 돼요. 서두르지 않아도 돼요. 느긋하게 웃으면 됩니다. 웃을 수 있는 마음이 따사롭습니다. 웃을 수 있는 마음일 때에 서로 돕습니다. 웃을 수 있는 마음이 되어야 비로소 사랑꽃이 핍니다. 4347.9.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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