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 줄 쓸 적에



  글은 어떻게 쓰는가. 온마음을 기울여서 쓴다. 나한테 있는 기운을 모두 담아서 쓴다. 호미질이나 낫질은 어떻게 하는가. 온힘을 들여서 한다. 내 몸에 있는 힘을 다 써서 호미로 땅을 쪼고 낫을 젓는다.


  온마음을 기울이거나 온힘을 들인다면, 글 몇 줄 쓰고 나서 기운이 쪽 빠질 수 있다. 그렇다. 글 몇 줄 쓰노라면 기운이 쪽 빠진다. 그러나, 몸에서 빠져나간 기운은 곧 다시 돌아온다. 기운을 아끼면서 글을 쓴다면 글에 기운이 없다. 써야 할 글이니 써야 할 기운을 고스란히 들인다. 즐겁게 기운을 쏟는다. 기쁘게 온힘을 바친다. 글을 마치고 나면 ‘아, 힘을 참 많이 들였네.’ 하고 느끼면서 온몸이 찌뿌둥하다가도, 마무리를 지은 글을 찬찬히 되읽는 동안 어느새 새로운 기운이 온몸이 가득 찬다. 4347.8.3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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