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서



  책방에서 책을 본다. 책방에서 책내음을 맡는다. 책방에서 책빛을 느낀다. 책방에서 책지기 손길을 헤아린다.


  책방에 가는 까닭은 내 마음을 움직이는 책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책을 손에 쥐는 까닭은 내 마음을 찬찬히 살찌우면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싶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 하루가 즐겁다면 먼먼 옛날부터 우리 둘레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이녁 슬기를 책마다 살뜰히 담아서 나누어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내 마음에 새로운 숨결로 스며들 책을 살핀다. 내가 고르는 책 하나는 둘레 이웃이 빚은 선물이다. 둘레 이웃은 내가 책을 더 잘 알아볼 수 있도록 곱게 건사해서 책시렁에 놓는다. 나는 그저 책을 바라볼 수 있으면 된다. 나는 그저 책을 손에 쥐어 펼치면 된다. 나는 그저 한 장 두 장 넘기면서 마음에 이야기를 새기면 된다.


  책방지기는 쪽종이에 이웃 책방 전화번호를 적어서 붙인다. 책손이 남긴 말을 간추려 쪽종이에 적어서 나란히 붙인다. 책을 읽을 적에는 이야기를 읽고, 이야기를 읽을 적에는 숨결을 읽으니, 책 하나를 장만하러 책방에 갈 적에는 숨결을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려는 마음이지 싶다. 4347.8.3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