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내음 책읽기



  내가 어릴 적에 무척 즐거웠던 일 가운데 하나는 풀내음이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랐으면서, 다른 어느 것보다 풀내음을 맡을 적에 무척 포근하고 싱그러우면서 즐거웠다. 왜 그랬을까? 모른다. 다만, 어릴 적에 풀내음을 언제나 즐겁게 누렸기 때문에, 나이를 먹으면서 풀내음하고 더 가까이 지내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아이들과 시골에서 늘 풀내음을 맡는다. 우리 집은 ‘숲집’이 되기를 바라는데, 아직 숲집이 되려면 멀었고, ‘풀집’ 모양새이다. 숲집은 아니지만 풀집이니, 아이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풀빛을 보고 풀내음을 맡으며 풀잎을 만지거나 먹는다.


  풀내음을 맡기에 풀을 마주하면서 산다. 풀내음을 먹기에 풀을 삶으로 받아들이면서 지낸다. 풀내음을 누리기에 풀과 동무가 되어 풀놀이를 즐긴다. 4347.8.3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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