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38. 햇볕과 바람을 먹으면서



  밥을 먹으면서 몸을 살찌웁니다. 밥 한 그릇을 먹으면 밥 한 그릇만큼 기운을 얻어 몸을 한결 즐겁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일을 할 기운이나 놀이를 즐길 기운을 고맙게 얻어요.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숨을 돌립니다. 물을 한 모금 마시면 물 한 모금만큼 새로운 바람을 맞아들이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이 기운을 빌어 둘레를 새롭게 바라봅니다. 이 기운을 써서 내 눈빛을 한결 밝힙니다.


  햇볕을 듬뿍 머금은 옷을 입으면 옷에서 햇볕내음이 납니다. 햇볕내음은 내 몸으로 스며듭니다. 합성세제로 빨래를 한 옷을 입으면 세제내음이 나요. 세제내음도 내 몸으로 스며들 테지요.


  옷을 빨래할 적에 손으로 비벼서 빨면, 내가 빨아서 입는 옷이라는 느낌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내 옷을 스스로 빨래하고 개고 보듬는 살림이라면, 옷을 한결 아끼는 마음이 되고, 내가 입는 옷을 언제 어디에서나 즐겁고 씩씩하게 누립니다.


  그냥 되는 일이란 없습니다. 언제나 내 마음에 따라 되는 일입니다. 내 마음이 어떠한가에 따라 달라지는 일입니다. 스스로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모든 일이 달라집니다.


  그냥 찍는 사진이란 없습니다. 언제나 내 마음에 따라 찍는 사진입니다. 내 마음이 어떠한가에 따라 달리 찍는 사진입니다. 스스로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모든 사진이 거듭납니다.


  햇볕을 늘 먹는 사람은 사진에 햇볕내음을 담습니다. 바람을 늘 마시는 사람은 사진에 바람내음을 싣습니다. 자, 그러면 우리는 내 사진에 무엇을 담고 싶은가요? 우리는 내 사진에 무엇을 싣고 싶은가요? 스스로 생각할 노릇입니다. 어떤 사진을 찍으면서 어떤 삶을 일구고 싶은지, 스스로 찾고 살피며 생각해야 합니다. 4347.8.3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