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비행기



  자전거를 몰고 우체국으로 가다가 끼익 하고 세운다. 요 며칠 내내 듣던 ‘윙윙’ 소리가 무엇인지 알아챘기 때문이다. 집안에서까지 이런 소리가 들려서 무슨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인가 했더니 아니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끊이지 않는 소리였는데, 알고 보니 항공방제 소리였다. 올해에는 들판에 ‘농약 치는 할배’ 모습이 거의 안 보이기에, 이 시골에서 농약바람이 좀 가시나 하고, 비가 잦아서 농약을 덜 치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올해에는 농협에 돈을 내고 헬리콥터로 농약 뿌리는 일을 시킨 셈이었구나.


  비가 안 오는 날이면 하루 내내 윙윙 소리가 들리더니, 이 소리가 농약 치는 소리였다. 참으로 끔찍하다. 우리는 ‘마을 한복판’에서 사는데, 마을 한복판에서 지내는 일이 얼마나 무섭고 무시무시한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문득 묻는다. “아버지, 농약비행기야?” “응. 그래. 돌아가자.” 우체국 가는 길에 돌아간다고 해 본들, 어제나 그제 ‘농약비행기’가 농약을 뿌린 들길을 가야 하는 셈이지만, 오늘 농약을 뿌리는 곳에서는 벗어나야지. 눈이 따끔하다. 4347.8.2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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