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만에 책 한 권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에 걸쳐 책 한 권을 썼다. 꼭 닷새가 걸렸다. 원고지로 330장이 조금 넘는다. 이만 한 길이야 닷새가 아닌 하루나 이틀 동안 쓸 수도 있지만, 책 한 권으로 여밀 글을 닷새 만에 쓰기는 처음이다.


  그런데, 닷새 만에 글을 마무리짓고 출판사로 보내면서 온몸이 찌뿌둥하다. 달력에 적힌 날짜로는 닷새이지만, 내 마음이 느끼는 날짜는 다섯 살쯤이지 싶다. 다섯 달에 걸쳐서 쓸 만한 이야기를 딱 닷새에 걸쳐서 썼다.


  어떻게 글을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참말 책을 이렇게 쓸 수 있는가?


  나는 ‘그렇다!’ 하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 마음을 스스로 이렇게 가다듬었기 때문이다. 지난 스무 해 남짓 꾸준히 하던 일을 돌아보면서 틀을 잡고 글머리를 여니, 입으로 말하듯이 글이 쏟아졌다. 다 쓴 글을 차근차근 되읽으면서 다듬느라 닷새가 걸렸지, 글을 쓴 겨를만 따지면 훨씬 짧은 사이에 글꾸러미를 마무리지었다.


  나 스스로 어떤 글을 썼는지 되새긴다. 나 스스로 어떤 삶을 누리는지 헤아린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 아름답고 싶다면 아름다움을 생각할 때에 아름다운 빛이 퍼진다. 사랑스럽고 싶다면 사랑스러움을 그릴 적에 사랑스러운 숨결로 자란다. 공을 잘 차고 싶으면 그야말로 공을 다루는 솜씨에 모든 힘과 기운과 슬기와 마음과 숨결을 불어넣겠지. 나무를 깎아 걸상을 만들든, 나무를 베어 집을 짓든, 우리는 늘 온 힘과 슬기와 마음과 숨결을 기울일 노릇이로구나 하고 깨닫는다. 고마운 하루가 흐른다. 4347.8.2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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