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1~2 세트 - 전2권 - 극장판 무비필름북 극장판 무비필름북 명량
서울문화사 편집부 엮음 / 서울문화사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영화 〈서편제〉와 〈명량〉



  아이들과 오늘 저녁에 영화 하나 볼까 하고 생각하면서 〈서편제〉를 먼저 혼자서 주루룩 보는데, 이 영화가 처음 극장에 걸리던 때하고는 아주 다른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서편제〉가 극장에 걸렸을 때에 들던 궁금함이 하나 있었는데, 그 궁금함을 오늘 그대로 느꼈다. 무엇인가 하면, 영화 〈서편제〉가 열 해나 스무 해쯤 지난 뒤에 다시 보면 어떻겠는가 하고 생각했다. 그동안 한국영화가 ‘판소리’와 같은 우리 겨레 문화를 안 다루었으니 이 영화가 애틋하다고 느꼈을 뿐, 영화 얼거리나 짜임새로 볼 때에는 참으로 모자라다고 느꼈다. 1993년에서 스물한 해가 지난 2014년에 다시 보니 〈서편제〉는 너무 어수선하며 어설픈데다가 어지럽다. 돌로 쌓은 울타리가 있는 길을 걷는 대목은 그림이 더없이 예쁘지만, 군데군데 ‘예쁜 시골마을’과 ‘풀로 지붕을 얹은 집’이 나올 뿐, 딱히 영화답게 누릴 만한 이야기가 없네 하고 새롭게 느꼈다.


  요즈음에 어느덧 극장 관객 1600만이 넘었다고 하는 영화 〈명량〉이 있다. 이 영화를 어디에서 찍었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식구가 지내는 전남 고흥 구암리 바닷가에서 ‘이순신 나오는 무슨 영화’를 찍는다는 소리를 이태쯤 앞서인가 지난해인가 들은 적 있다. 고흥이라는 깨끗한 시골마을과 바닷가에서 영화를 찍는다니, 깨끗한 마을과 숲과 바다가 온통 쓰레기밭이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그 마을 언저리에는 한동안 기웃거리지 않았다.


  영화 〈명량〉은 무엇을 말하거나 보여주려는 영화일까? 글쎄, 시골에는 극장이 없으니 이 영화를 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러 도시로 나들이를 갈 마음은 없다. 나중에 디브이디가 나오든 영화파일을 누군가 우리한테 선물을 하든 딱히 볼 마음마저 없다. 왜냐하면, 영화가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조선 수군이 일본놈을 신나게 때려죽이는 모습을 찍으면서 ‘짜릿한 나라사랑(애국! 충성! 일본놈 엿먹어!)’을 외칠 테니까, 뭐 하러 이 영화를 보겠는가. 일본 제국주의 바보들이 미국 진주함에 폭탄을 퍼부으면서 싱글싱글 웃는 모습하고 무엇이 다를까. 미국 다국적기업 머저리들이 핵폭탄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면서 낄낄거린 짓하고 무엇이 다를까.


  저녁이 늦어 영화는 안 보기로 한다. 이튿날 저녁에 〈나니아 연대기〉를 보기로 한다. 문학으로도 영화로도 〈나니아 연대기〉에는 ‘이야기’가 있다고 느낀다. 이야기가 없는 영화를 왜 보겠는가. 생각해 볼 노릇이다. 열 해나 스무 해 지난 뒤에, 영화 〈명량〉을 몇 사람이나 볼까? 제발 영화를 ‘관객 숫자 장난’이 아닌 ‘삶을 밝히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빚어내는 영화감독이 한국에서도 나오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4347.8.2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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