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서 쓰는 글



  《우리 마을 이야기》라는 만화책이 한국말로 나온 지 이태째 된다. 이 만화책을 읽은 한국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만화책을 손에 쥐면서 눈물에 젖은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이 만화책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려는 이웃은 얼마나 있을까.


  밀양에서 싸우는 이웃들이, 강정에서 싸우는 이웃들이, 또 이 나라 골골샅샅에서 싸우는 이들이, 싸움을 쉬면서 한숨을 돌릴 적에 《우리 마을 이야기》라는 만화책을 한 질 장만해서 서로 돌려읽고는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기를 빈다. 이런 마음으로 나는 2012년과 2013년과 2014년 세 해에 걸쳐서 이 만화책을 알리려는 느낌글을 일곱 꼭지 썼다.


  만화책 일곱 권을 읽는 겨를이란 아주 짧다. 그렇지만 한 권씩 따로 삭혀서 이야기를 담아내자면 여러 날이나 여러 해 걸리기 마련이다. 생각해 보면, 느낌글은 이렇게 써야 맞다. 만화책 일곱 권을 그린 분도 며칠이나 몇 달 만에 다 그리지 않았다. 여러 해에 걸쳐서 천천히 그려서 일곱 권이 되었다. 그러니, 나도 이 만화책을 읽고 삭히는 결을 여러 해에 맞출 만하다.


  어떤 사람이 스무 해에 걸쳐서 쓴 작품이 있다면, 우리는 이 작품을 스무 해에 걸쳐서 천천히 읽거나 묵히거나 삭힐 수 있다. 그럴 만하다. 그럴 값이나 뜻이나 빛이나 사랑이나 꿈이 있다. 우리 삶을 담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4347.8.23.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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