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만 원 (사진책도서관 2014.8.2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2011년에 고흥에 깃들면서 책꽂이를 늘려야 할 적에, 곁님은 나더러 ‘가장 좋은 책꽂이’를 짜자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이 가장 옳다고 느꼈지만, 혼자서 집일과 바깥일을 다 한다는 ‘핑계’를 들면서, 책꽂이 짜기를 안 하고, ‘다 만들어진(기성품) 책꽂이’를 두 차례에 걸쳐 들였다. 이러느라 들인 돈이 210만 원이다.


  세 해가 지난 2014년에 돌아본다. ‘다 만들어진 책꽂이’를 원목으로 하면 값이 꽤 나가기에 합판 책꽂이를 들였다. 합판 책꽂이는 시골에서 쉽게 곰팡이를 먹는다. 닦고 닦아도 다시 곰팡이가 핀다. 햇볕에 말릴 뿐 아니라, 해가 곧바로 드는 데에 책꽂이를 두어도 곰팡이가 핀다. 이와 달리, 나무(원목)로 된 책꽂이는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데에 두어도 곰팡이가 안 핀다.


  여러모로 일이 많다 하더라도 천천히 책꽂이를 짜자고 생각했다면, 돈도 돈이지만 일이 한결 수월했으리라 느낀다. 다만, ‘다 만들어진 값싼 합판 책꽂이’를 잔뜩 들였기에, 책을 한결 빨리 풀어서 더 빨리 제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제자리를 잡은 책을 요즈음 다시 끄집어 내어 ‘나무 책꽂이’로 옮긴다.


  애써 사들인 합판 책꽂이를 차마 버릴 수 없다고 여겨 니스를 발랐는데, 니스를 발라도 곰팡이는 똑같이 핀다. 페인트를 바를까 하고 생각하다가, 페인트를 발라도 똑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를까. 똑같을까. 해 보면 알 테지. 그런데, 합판 책꽂이를 모두 끄집어 내어 페인트를 바르는 일하고, 나무를 새로 장만해서 책꽂이를 짜는 일하고, 어느 쪽이 우리 도서관에 걸맞을까. 아무래도 나무를 장만해서 천천히 책꽂이를 짜서, 책을 제대로 건사하는 쪽이 걸맞겠지.


  책꽂이를 옳게 갖추지 않으면 책이 다친다. 책이 다치면 도서관은 말짱 바보짓이 된다. 값있는 책을 하나하나 알뜰히 장만해서 갖추었다 하더라도, 책꽂이가 엉터리라면 책을 둘 수 없다. 지난 세 해에 걸쳐 곰팡이와 씨름을 하는 동안 ‘나는 참말 돈을 들여서 이렇게 배우네’ 하고 뒷통수를 쳤다. 괜히 몸을 힘들게 굴리면서 배운다. 앞으로는 뒷통수를 치지 말고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싶으니, 곁님이 들려주는 말을 귀여겨듣자. 무엇보다 ‘가장 나은 길’로 가자. 가장 나은 길로 가지 않으면 나 스스로 괴롭고, 우리 집안 모두한테 고단한 일이 되리라.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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