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책이 겹겹이 있습니다. 수많은 책이 겹겹이 쌓입니다. 내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책이 있고, 내 손길을 끄는 책이 있으며, 내 마음길이 다가가려는 책이 있습니다. 모든 책을 다 골라도 되지만, 모든 책을 다 고르는 일은 없습니다. 모든 책을 다 읽는 일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책만 읽으며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겹겹이 있는 책들 가운데 살피고 가리며 추립니다. 나한테 찾아와서 환하게 빛날 책을 생각하고 헤아리며 돌아봅니다.


  겹겹이 있는 책은 예쁘장합니다. 책등만 보일 수 있고, 책겉이 다 보일 수 있으며, 책등도 책겉도 안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잘 보이기에 그 책을 고르지는 않습니다. 다른 책 밑에 깔려서 잘 안 보이는 책이더라도, 나는 언제나 내 마음에 와닿을 책을 찬찬히 살핍니다.


  어느 책이 나한테 찾아올까요. 나는 어느 책을 맞아들일까요. 나한테 새로운 하루는 어떠한 삶일까요. 나는 어떠한 이야기를 날마다 새롭게 누리고 싶을까요. 겹겹이 쌓인 책 가운데 내 아름다운 나날을 들여 즐겁게 읽을 책 몇 권을 손에 쥡니다. 4347.8.2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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