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멋진 도움이라면



  한국말사전을 새로 쓰는 일을 아버지를 두었기에, 아이들은 아버지하고 놀 겨를이 모자랄 때가 있다. 낱말풀이 하나를 새롭게 붙이고 보기글 쓰임새를 새롭게 달려고 할 적에 그야말로 온힘을 쏟아야 하니까, 한두 시간뿐 아니라 서너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여느 사람이 보기에는 ‘고작 낱말 하나 풀이하는 일’이지만, 낱말 하나를 제대로 바라보면서 올바로 다루어 슬기롭게 풀이하는 일에 여러 날이 걸리기 일쑤이다. 어느 낱말은 몇 해에 걸쳐 비로소 낱말풀이를 마무리짓기도 하니까, 제대로 잘 갈고닦는 한국말사전을 빚는 일이란 어찌 보면 하염없다고까지 할 수 있다.


  오늘도 아버지는 낱말뜻을 살피면서 풀이말과 보기글을 붙이면서 참 기나긴 하루를 보낸다. 두 아이는 저희끼리 잘 논다. 낱말풀이와 보기글을 새로 지으면서 기운이 쪼옥 빠지니, 오늘은 밥도 제대로 차리지 못한다. 기운이 너무 빠져서 한참 자리에 드러눕기까지 했다.


  기운을 차려서 함께 놀기를 기다려 주는 아이들이란 언제나 가장 멋진 도움이라고 느낀다. 늘 곁에서 노래를 부르고 웃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이들은 사랑으로 어버이를 돕고, 어버이는 꿈으로 아이들을 키운다. 4347.8.2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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