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집
며칠째 마을 깜고양이 한 마리를 똑같은 데에서 본다. 마을 깜고양이는 여럿인데 살집이 아주 많아 토실토실한 녀석이 이웃 신기마을 어귀 버스터 걸상 밑에서 지낸다. 이 깜고양이는 왜 이곳에서 지낼까. 아니, 이 깜고양이는 왜 이곳에서 자주 마주칠까. 어쩌면 우리 서재도서관 풀밭에서 잠을 잘는지 모른다. 이곳은 농약을 아무도 안 치는 풀밭이니, 깜고양이로서는 먹이를 찾기에 무척 좋을는지 모른다.
어제 낮에는 한참 낮잠을 즐기는 깜고양이를 본다. 오늘 낮에는 새앙쥐 한 마리를 우걱우걱 뜯어서 먹는 깜고양이를 본다. 어제도 오늘도 깜고양이는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어제는 졸린 눈으로 꿈뻑꿈뻑 쳐다보다가 귀찮다는듯이 저쪽으로 갔고, 오늘은 밥을 맛나게 먹으면서 흘낏 쳐다보고는 다시 신나게 쥐를 뜯어먹는다.
마을고양이 가운데 몇 마리는 우리 집 광에서 산다. 마을고양이 가운데 몇 마리는 우리 집 뒤꼍 풀밭에서 산다. 그리고 이 깜고양이는 우리 서재도서관 풀밭에서 사는구나 싶다. 마을고양이한테 먹이를 챙겨 주는 일은 드물지만, 깜고양이한테는 우리 집이 지낼 만하면서 먹이를 곧잘 얻을 수 있는 넉넉한 터이지 싶다. 비가 오면 비를 긋는 처마가 있고, 풀밭은 더운 여름에 시원하며, 한겨울에는 볕이 잘 드는 데에 있다가 보일러방 둘레에서 새근새근 잠을 잘 테지. 4347.8.1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