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35. 좋아하는 대로 찍지



  종이접기를 하는 아이들은 가장 접고 싶은 모양을 찾아서 접습니다. 아이들은 종이접기에 눈을 뜰 적에 ‘이것부터 접’거나 ‘저것부터 접’는 틀을 따르지 않습니다. 종이접기책을 주루룩 넘기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모양을 접으려 합니다. 아직 종이접기를 해 보지 않았기에 무척 어렵다 싶은 접기를 해야 하지만 그냥 접으려 합니다. 하나를 접느라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하나를 접으려고 며칠이 걸리기도 하며, 참말 하나를 접기까지 몇 해가 걸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만두지 않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가장 접고 싶은 모양을 바라보면서 생각하고 손을 놀립니다. 아이들 스스로 가장 접고 싶은 모양을 이루려고 머리를 쓰며 온힘을 쏟습니다.


  나는 우리 집 큰아이가 종이접기를 하는 모습을 꾸준히 지켜봅니다. 큰아이는 퍽 어려운 종이접기를 놓고 참말 여러 해에 걸쳐 끈질기게 붙잡은 끝에 비로소 해냅니다. 그러고 나서 다른 어렵다 싶은 종이접기를 척척 해냅니다. 하나에서 실마리를 얻어 차츰 다른 길을 스스로 엽니다. 이 아이는 올해(2014년)에 일곱 살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 빛을 열고 그림자를 엽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 빛깔을 열고 무늬를 엽니다. 남이 열어 주지 않습니다. 남이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스스로 열고 스스로 누리며 스스로 나눕니다.


  사랑을 남이 가르칠 수 없습니다. 스스로 깨달을 때에 사랑입니다. 꿈을 남이 이루어 줄 수 있을까요? 꿈 또한 언제나 스스로 이룹니다. 바닷물도 골짝물도 스스로 몸을 담가야 바닷물이 얼마나 짜고 골짝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알아챌 수 있습니다.


  종이접기를 하는 아이들 마음은 ‘좋아하는 길을 간다’입니다. 사진찍기를 하는 사람들 마음이라면? 아주 마땅히, ‘스스로 좋아하는 길을 간다’예요. 사진을 읽을 적에도, 책을 읽을 적에도, 풀맛과 밥맛을 읽을 적에도, 하늘빛과 날씨를 읽을 적에도, 흙내음과 숲노래를 읽을 적에도, 언제나 ‘스스로 좋아하는 길’을 살피면서 읽습니다. 좋아하는 대로 찍을 때에 사진이 태어납니다. 좋아하는 대로 찍기에 두고두고 남으면서 오래오래 마음에 살포시 담는 이야기가 자랍니다. 4347.8.1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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