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코끼리 란디와 별이 된 소년
사카모토 사유리 지음, 정유선 옮김 / 페이지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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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별이 된 소년

星になった少年, Shining Boy And Little Randy, 2005



  코끼리가 어떤 마음인지 듣거나 읽을 수 있는가. 나비가 어떤 마음인지 보거나 들을 수 있는가. 제비가 어떤 마음인지 읽거나 볼 수 있는가. 그러면, 내 이웃과 동무로 지내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헤아릴 수 있는가.


  지구별에서 모든 아이들은 가슴속에 파란 별을 안고 태어난다. 이 파란 별을 곱게 건사하면서 제 길을 환하게 밝히는 아이들이 있으나, 이 파란 별을 깨우지 못한 채 안타까이 쳇바퀴를 돌다가 그만 죽고 마는 아이들이 있다. 오늘날 흐름을 보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가슴속에 있는 파란 별을 느끼지도 보지도 헤아리지도 알지도 못하는 채 입시지옥에서 허덕인다. 무엇이 대수로운 일이 될까? 이튿날 치를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받아야 하는 일이 대수로운가? 내가 가꾸고 싶은 꿈으로 나아가는 일이 대수로운가? 어쨌든 초·중·고등학교 졸업장만큼은 가져야 하는가? 적어도 대학교 졸업장쯤은 거머쥐어야 하는가? 초등학교 졸업장을 안 가지면 사람답게 못 사는가? 대학교 졸업장을 못 가지면 사랑다운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가?


  누구나 처음부터 별이었기에, 스스로 어떤 숨결인지 느낄 수 있다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늘 빛난다. 누구나 처음부터 별이었지만, 스스로 어떤 숨결인지 느끼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남이 시키는 대로 굴레에 갇혀 쳇바퀴질을 할밖에 없다.


  쳇바퀴질로는 빛나지 않는다. 쳇바퀴질은 스스로 되풀이하면서 갇히는 굴레이자 수렁이다.


  파란 별을 가슴속에서 깨우지 않으면 웃음도 노래도 없다. 파란 별을 가슴속에서 불러내지 않으면 이야기도 사랑도 없다. 우리 삶이 따분하다면 스스로 가슴속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삶이 쓸쓸하다면 이웃과 동무 가슴속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씨앗이 싹틀 수 있기를 빈다. 씨앗이 싹을 틔워 자랄 수 있기를 빈다. 씨앗이 싹을 틔워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 새로운 씨앗을 맺을 수 있기를 빈다. 저마다 별인 아이들이 그예 환하면서 눈부신 별로 온누리를 비출 수 있기를 빈다. 다 다른 별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너른 미리내를 이루고 깊은 숨소리가 될 수 있기를 빈다. 코끼리가 들려주는 목소리를 들은 아이는 코끼리와 함께 스스로 별이 된다. 영화 〈별이 된 소년〉에 나오는 아이는 중학교를 그만두고 태국으로 가서 ‘코끼리 조련사’가 되었다는데, 이 아이는 ‘조련사’가 되지 않았다. 코끼리하고 ‘동무’가 되고 ‘이웃’이 되었고, 코끼리와 함께 스스로 ‘별’이 되었다. 4347.8.1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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