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8.12.

 : 잠든 아이 자전거



- 여름 막바지에 이르면서 더위가 한풀 수그러든다. 이런 날씨라면 면소재지 초등학교에 있는 놀이터에 가도 되겠다고 느낀다. 아버지가 하는 일이 있어 한낮에 자전거로 나오지 못했기에 골짜기에는 못 간다. 아이들은 골짜기도 놀이터도 반기니, 오랜만에 놀이터에 가려고 길을 나선다.


- 큰아이는 샛자전거에 앉아 두 손을 놓는다. 두 발로 자전거 발판을 단단히 밟은 뒤 두 손은 손잡이에서 떼어 하늘로 높이 뻗거나 옆으로 곧게 들거나 가슴으로 모은다. 팔을 마음껏 휘저으면서 논다. 재미있겠지. 참말 재미있으리라.


- 집에서 나설 적에는 흥얼흥얼 노래도 부르던 작은아이가 면소재지에 이를 무렵 곯아떨어진다. 자전거를 흔들면서 달려도 안 깨고, 불러도 못 듣는다. 이런, 놀이터에 거의 다 왔는데 잠이 드는구나. 하는 수 없지. 너는 수레에서 달게 낮잠을 자야지.


- 큰아이 혼자 놀이터에서 논다. 작은아이가 자는 수레 곁에 서서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큰아이가 시소를 탈 때 함께 앉는다. 아침부터 낮까지, 낮부터 다시 저녁까지, 저녁을 지나 밤이 되어도, 아이들은 그저 놀면서 하루를 누린다. 힘을 쏟아 놀고, 힘이 빠져도 놀며, 힘을 모아서 논다.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새롭게 기운을 내는 사람이 바로 어버이인가 하고 헤아려 본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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