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안 보여주는 영화 보기



  곰곰이 헤아려 본다. 한국과 일본, 또는 한국과 베트남, 또는 한국과 러시아, 또는 한국과 네덜란드, 이렇게 오가지 못하거나 오가지 않던 때에는 서로 어떤 마음이 되어 사귈 수 있었을까.


  한국에 있는 극장에 걸리지 않았고, 한국에 디브이디도 나오지 않은 영화 〈아킬레스와 거북이〉를 고맙게 얻어서 보다가 곰곰이 생각한다. 엉터리 그림을 그려서 파는 어른이 있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며 꿈을 키우는 아이가 있다. 예술이란 무엇이고 삶이란 무엇일까. 돈이란 무엇이고 사랑이란 무엇일까. 삶을 이루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한국에 있는 극장에서는 어떤 영화가 벌써 천만 사람이 넘게 보았다고 왁자지껄한 듯하다. 참말 왁자지껄한 듯하다. 아마 한국사람은 으레 그 영화 이야기를 앞으로도 하리라. 한국에 있는 극장에 걸린 적이 없고, 디브이디도 없는 영화를 어느 누가 찾아서 볼까.


  영화를 본다. 책을 읽는다. 아이 눈망울을 바라본다. 아이가 자면서 내는 가느다란 숨소리를 듣는다. 우리는 저마다 어떤 하루를 누리면서 살아가는가. 우리는 저마다 누구하고 이웃이 되어 무엇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다스리는가. 나한테 찾아오는 일은 나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4347.8.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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