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문동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이들과 면소재지 초등학교에 갔다. 큰아이가 노는 동안 초등학교 가장자리에 있는 풀밭을 거닌다. 풀밭 한쪽에 조그맣게 깎은 향나무가 있는데, 향나무 한복판에 맥문동이 올라온다. 옅은보라 고운 꽃을 활짝 터뜨린다.


  이 옆을 지나가면서 옅은보라 고운 꽃이 맥문동인 줄 알아볼 사람은 얼마나 될까. 꽃대가 오르지 않고 꽃이 피지 않고 풀잎만 있을 적에 맥문동이로구나 하고 알아차릴 사람은 몇이나 될까. 시골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른과 아이는 풀꽃 한 송이를 얼마나 아끼거나 사랑할까. 맥문동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아라. 살아남자. 도시에서는 네 뿌리를 말리거나 볶아서 대단히 값진 약으로 쓴다는데, 시골에서 네가 잡풀 소리를 안 듣고 살아남을 수 있기를 빈다. 4347.8.1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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