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285) 수학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수학하면서 1968년 학생시위에 적극 가담했다
《데이비드 바사미언-시대의 양심 20인, 세상의 진실을 말하다》(시대의창,2006) 186쪽
대학교에서 수학하면서
→ 대학교에서 배우면서
→ 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 대학교를 다니면서
…
물을 다루는 학문이라면 ‘물 학문’이라 하면 됩니다., 학문을 배운다면 ‘배운다’고 하면 됩니다. 학문을 닦는다면 ‘닦는다’고 말하면 됩니다. 순수한 학문을 ‘粹學’이라고 한다는데, 이런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은 있을까요? 한국말사전을 살피니 “여윈 학”을 ‘瘦鶴’이라 한다고 나오는데, 여윈 학이면 말 그대로 “여윈 학”일 뿐입니다. “먹이를 찾지 못한 수학 한 마리”라고 말할 때, 어느 누가 이 말을 알아들을까요. 새를 살피는 학자들도 이런 말은 못 알아들으리라 봅니다.
우리가 널리 알아듣거나 쓸 만한 ‘수학’은 오로지 하나, 학문이나 교과목 이름으로 쓰는 ‘數學’입니다. 이 ‘數學’도 한글로 ‘수학’이라고만 쓰면 넉넉해요. 한자로 쓰면 오히려 못 알아들을 사람이 많겠지요. 교과목 이름이 아닌 다른 ‘수학’은 한국말을 잡아먹기만 할 뿐이라고 느낍니다. 4340.5.25.쇠/4347.8.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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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대학교에서 배우면서 1968년 학생시위에 힘껏 나섰다
“학생시위에 적극(積極) 가담(加擔)했다”는 “학생시위에 많이 나왔다”라든지 “학생시위에 빠지지 않았다”로 다듬어 봅니다. “학생시위에 몸바치기도 했다”나 “학생시위에 힘껏 나섰다”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수학(水學) : 물의 현상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
- 홍수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치수 사업을 위하여 수학이 발달했다
수학(受學) : 학문을 배우거나 수업을 받음
- 학생들이 수학의 열의를 불태웠다 /
그는 대학 시절 김 교수에게 언어학을 수학했었다
수학(修學) : 학문을 닦음
- 그녀는 음악 수학을 위해 이탈리아로 떠났다
수학(粹學) : 순수한 학문
수학(數學)
(1) 수량 및 공간의 성질에 관하여 연구하는 학문
(2) 교과목의 하나. 수량 및 공간의 성질에 대하여 배운다
수학(瘦鶴) : 여윈 학
- 먹이를 찾지 못한 수학 한 마리가 들판을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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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말 바로잡기
(1554) 수학 2 : 대학에서 수학했고
부유한 유가공업자의 아들인 그는 일찍이 베를린 공과대학에서 수학했고, 유럽과 미국의 유명한 사진 콩쿠르를 휩쓸어
《최봉림-에드워드 슈타이켄, 성공신화의 셔터를 누르다》(디자인하우스,2000) 17쪽
공과대학에서 수학했고
→ 공과대학에서 배웠고
→ 공과대학을 다녔고
→ 공과대학에서 학문을 닦았고
…
보기글을 쓴 분은 “대학에서 수학했고”라고도 글을 쓰지만, “사진 콩쿠르”라고도 글을 씁니다. 프랑스에서라면 ‘콩쿠르’라는 말을 쓸 텐데, 한국에서는 ‘공모전’이나 ‘대회’라는 말을 널리 씁니다.
어느 낱말을 골라서 쓰든 잘 알아들을 수 있으면 괜찮다 여길 만한지 모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느 낱말이든 이녁한테 익숙한 낱말을 살펴서 쓰리라 느낍니다. 그러면, 한자말 ‘수학’은 얼마나 쓸 만할까요. ‘배우다’나 ‘익히다’ 같은 한국말을 밀어내고 넉넉히 쓸 만할까요. ‘배우다’나 ‘익히다’ 같은 한국말은 몰라도 ‘수학하다’ 같은 한자말은 알아도 될까요. 4347.8.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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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유가공업자 아들인 그는 일찍이 베를린 공과대학을 다녔고, 유럽과 미국에서 이름난 사진대회를 휩쓸어
‘부유(富裕)한’은 ‘돈 많은’이나 ‘돈 있는’으로 손질할 낱말인데, 이 자리에서는 ‘넉넉한’으로 손질합니다. “유가공업자의 아들”은 “유가공업자 아들”로 다듬고, “미국의 유명(有名)한”은 “미국에서 이름난”으로 다듬습니다. ‘사진 콩쿠르(concours)’는 ‘사진 대회’나 ‘사진 공모전’으로 고쳐씁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