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33. 사진과 함께 있어
간밤에 사진을 찍으며 노는 꿈을 꿉니다. 이제껏 여러 가지 꿈을 많이 꾸기는 했으나, 사진을 찍으며 노는 꿈은 처음입니다. 요 며칠 일이 많고 바쁜 나머지 시골집에서 아이들과 복닥이면서 놀지 못한 탓에 꿈에서는 신나게 놀고 싶었구나 하고 느낍니다.
꿈에서 사진놀이를 하는 나는 그야말로 ‘내가 찍고 싶은 사진’만 찍습니다. 남한테 보여주려는 사진은 안 찍습니다. 남한테 잘 보이려는 사진은 안 찍습니다. 오직 한 가지 사진만 찍습니다. 나 스스로 내 마음을 가장 잘 나타내면서, 나 스스로 내 사랑이 가장 곱게 빛난다 싶은 사진만 찍습니다.
꿈을 깨고 새롭게 아침을 맞이합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하루입니다. 어제는 오늘과 같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를 두루 누린 뒤 다시 잠이 들어 꿈을 꾼 뒤, 이튿날 아침을 다시 맞이할 적에도 이튿날 아침은 새로운 하루입니다. 언제나 새롭게 누리는 하루이고, 언제나 새롭게 맞이하는 아침입니다. 날마다 사진을 찍으나 날마다 새롭게 즐기면서 찍는 사진입니다. 날마다 찍는 사진은 날마다 똑같이 되풀이하듯이 찍는 사진이 아니라, 날마다 새로운 하루인 줄 느끼면서 새로운 눈빛을 밝혀서 찍는 사진입니다.
똑같은 곳에 찾아가서 똑같은 때에 똑같은 장비를 갖추어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해 봅니다. 똑같은 사진이 나올 수 있을까요? 날마다 똑같은 마음과 생각이라면, 참말 똑같은 사진이 나올 수도 있으리라 느낍니다. 그러나, 날마다 새로운 하루라고 느낀다면 날마다 새롭다 싶은 사진을 얻어요.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면서 맞이하는 하루라고 느낀다면 날마다 언제나 새롭구나 싶은 사진을 차근차근 빚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즐겁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가장 좋아하는 일이나 놀이를 즐기면서 활짝 웃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가장 기쁜 때에 사진기를 꺼내어 찰칵 찍으면서 환하게 노래합니다.
사진과 함께 있어서 내 마음이 가장 기쁘게 타오를 때에 이야기 하나를 남길 수 있도록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과 함께 있기에 내 사랑이 가장 맑고 따스할 때에 꿈 하나를 적바림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습니다. 4347.8.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