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31. 사진을 왜 찍는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사진을 왜 찍는가?’ 하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런 생각을 어느 겨를에 하느냐 하면서 사진찍기에만 바쁠 수 있습니다. 자, 우리는 어느 쪽에 서서 사진을 찍을까요?


  사랑을 할 때마다 ‘사랑을 왜 하는가?’ 하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런 생각을 어느 틈에 하느냐 하면서 사랑하기에만 바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기에만 바쁠 수 있을까요? 아이를 사랑한다는 어버이가 ‘사랑하기에 바빠’서 왜 아이를 사랑하는지 생각조차 안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우리는 누구나 늘 언제 어디에서나 숨을 쉽니다. 참말 누구나 늘 언제 어디에서나 숨을 쉬는데, ‘숨을 왜 쉬는가?’ 하고 생각하면서 숨을 쉬지는 않는 듯합니다. 나 스스로도 ‘숨을 왜 쉬는가?’ 하고 생각하면서 모든 숨을 하나하나 헤아리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코가 어릴 적부터 아주 안 좋은 채 살아온 탓에, 숨쉬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축농증 수술을 어떻게 하는지 어릴 적에 지켜본 뒤 너무 무섭고 끔찍하다고 느껴 수술을 받지 않았고, 도시에 머물면 코가 괴롭습니다. 시골에서 지내며 언제나 즐겁게 숨을 쉽니다. 그러니까, 나는 숨을 쉴 적에 웬만하면 한 차례 두 차례 모두 느끼면서 숨을 쉽니다. 내 코가 튼튼한 채 태어났으면 아마 숨쉬기를 느끼지도 생각하지도 살피지도 않으면서 숨을 쉬었을는지 몰라요. 나는 안 좋은 코를 타고나면서 바람맛과 바람내음을 느끼는 몸으로 살아갑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늘 생각합니다. 무엇을 생각하느냐 하면 ‘사진을 왜 찍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사진이란 무엇인가?’도 나란히 생각합니다. 하루에 삼백 장을 찍으면 ‘사진을 왜 찍는가?’ 하는 생각을 삼백 차례 합니다. 아무 생각이 없이 사진찍기에 바쁠 적이 아예 없지는 않으나, 아무 생각이 없이 사진만 찍어댔을 적에는 내 마음에 들거나 내 마음을 건드리거나 내 마음에 남을 만한 사진이 거의 없었다고 느낍니다. 스스로 ‘사진을 왜 찍는가?’ 하고 제대로 생각하고 살피면서 찍을 때에 비로소 내 마음에 드는 사진이 태어난다고 느껴요.


  물을 마시면서 생각합니다. 이 물이 내 몸이 되어 내가 늘 맑으면서 밝은 숨결이 되도록 하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밥을 먹으면서 생각합니다. 내가 먹는 밥은 수많은 목숨이 어우러진 예쁜 빛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하고 노래를 부르며 생각합니다. 내가 부르는 노래는 아이들한테 불러 주는 노래이기 앞서 누구보다 나를 가꾸고 살찌우는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생각해 보셔요. ‘사진을 왜 찍는가?’ 하고. ‘나한테 사진이란 무엇인가?’ 하고. 4347.8.6.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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