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진 나무 사이에서 새싹


  나무로 우거진 숲속은 온통 숲빛이다. 참말 그렇지. 숲이니 숲빛이지. 그런데, 요즈음 이 나라에서는 숲이 숲빛을 건사하기 어렵다. 자꾸 숲 한복판에 찻길을 내려 하고, 관광지를 꾸미려 하며, 돼지우리나 닭우리 따위를 숲에 지으려 한다. 포근하면서 조용한 숲을 만나기란 나날이 힘든 일이 되고 만다.

  나무로 우거진 숲에는 온통 가랑잎밭이다. 가랑잎으로 밭을 이룬다. 가랑잎이 잔뜩 내려앉은 흙땅을 밟으면 발바닥이 간질간질 즐겁다. 땅다운 땅, ‘참땅’을 디디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해마다 나뭇잎이 엄청나게 떨어져서 땅을 뒤덮으면, 이 잎은 고스란히 이곳에서 삭으면서 새로운 흙이 된다. 새로운 흙이 되는 잎은 숲을 더욱 살찌우고, 한결 살아난 숲흙은 새로운 풀이나 나무가 자랄 밑바탕이 된다.

  아무도 숲에 거름을 주지 않는다. 아무도 숲에 비료나 농약을 주지 않는다. 아무도 숲에 이것도 저것도 주지 않는다. 숲은 아무 도움이나 손길이 없이 푸르게 우거진 빛을 이룬다. 숲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면, 논과 밭에서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슬기롭게 알아차릴 수 있겠지. 숲을 살뜰히 마주할 수 있으면, 우리 보금자리를 어떻게 가꿀 때에 아름다운가를 느낄 수 있겠지. 4347.8.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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