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과 개미 한 마리
윤 일병이 군대에서 두들겨맞아서 죽었다는 이야기를 어제 처음 들었다.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을 뿐 아니라, 어떤 사건이나 사고 이야기도 인터넷으로 안 보니까 몰랐는데, 내 누리집에 누군가 글을 남겨 주었기에 비로소 알았다. 내 여러 누리집 가운데 하나에 윤 일병 이야기를 남긴 분은 ‘차분하게 이야기를 잘 밝힌 글’도 아니고 ‘뭔가 광고하는 스팸글’이었는데, 스팸글이었어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얼마 앞서 ‘완전무장지대(비무장지대)’에서 총을 쏜 일이 있었잖아? 다른 일이 또 있었나?
고흥 시골에서 인터넷으로 윤 일병 이야기를 살펴본다. 하나하나 살펴볼수록 쓸쓸하고 씁쓸하며 슬프다. 아니, 윤 일병이 얻어맞은 이야기는 1995∼97년에 내가 군대에 있을 적에 흔히 있던 주먹다짐보다는 조금 옅지만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잖아?
윤 일병이 받은 가혹행위 가운데에는 ‘주디를 벌리고 물을 처넣는 짓’도 있었다. 그렇구나. 그렇게 하기도 하지. 그런데 내가 있던 완전무장지대에서 흔히 하던 가혹행위 아닌 ‘후임병 사랑하기(?)’로 뭐가 있었느냐 하면, ‘건빵 한 봉지 먹이기’가 있었다. 건빵 한 봉지를 ‘배고픈’ 후임병한테 먹인다. 이등병 아이들이 곧잘 ‘배고파서 건빵 한 봉지를 다 먹고 싶습니다’ 하고 말하는 날이 어김없이 있다. 이때에 병장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건빵을 챙긴다. 주전자를 함께 챙긴다. 그리고, 이등병한테 웃음 띤 얼굴로 말을 건다. “많이 배고팠지? 이 건빵 너 혼자 다 먹어도 돼.” 그런데, 건빵 한 알을 먹으면 물을 한 잔씩 마셔야 한다. 이렇게 하면서 건빵을 한 봉지 다 먹어야 한다. 일어나도 안 되고 화장실에 가도 안 된다. 바지에 쉬를 싸도 안 되고, 물을 마시다가 흘려도 안 되지. 병장이란 놈이 이등병한테 하는 ‘신고식’이었는데, 나는 용케 이것을 끝까지 버티기는 했으나, 내 후임병이 병장이란 놈들한테 이런 신고식을 받는 모습을 말리지도 못하고 그저 쳐다보기만 하는데, 이런 짓이 벌어지는 코앞에서 지켜보는데, 내 배가 물로 가득 차서 터지는 줄 알았다.
윤 일병이라는 사람은 치약 한 통을 다 먹어야 하기도 했단다. 치약 하니까 생각난다. 나는 군대에서 똥과 오줌도 먹어야 했다. 완전무장지대에는 화장실 아닌 뒷간이 모두 푸세식인데, 음, 더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한 가지를 말한다면, 좀 ‘깨끗한’ 이야기인데, 내 입대동기 하나는 이등병 적에 치약뚜껑에 머리박기를 하며 얼차려를 받다가, 이렇게 치약뚜껑에 머리박기를 10분 넘게 하면서 이 녀석이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궁둥이를 씰룩거렸는데, 병장이란 녀석이 내 동기를 보더니 “이 x자식 뭐 하는 거야!” 하면서 군홧발로 걷어찼다. 그래서, 내 동기는 이등병 때에 치약뚜껑에 머리박기를 하다가 그만 군홧발에 걷어차이면서 침상에 자빠졌고, 치약뚜껑을 이마에 댄 채 자빠졌기에 이마가 죽 찢어져서 흉터로 남았다.
윤 일병을 두들겨팬 이들은 윤 일병이 숨을 안 쉰다고 할 때에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한다. 그래, 나도 이런 모습을 보았다. 병장이나 상병 아이들은 되게 재미있어 한다. 지들이 두들겨팬 아이들이 넋을 잃고 자빠지면 ‘입맞춤’을 한다. 그네들한테는 재미있는 놀이이다.
심폐소생술을 했겠지. 참말 했겠지. 그렇다. 죽을 줄 몰랐겠지. 언제나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패면서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을 테니까.
군대 이야기란 참 재미없다. 스스로 전쟁무기가 되면서 바보로 돌아가는 군대에서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겠는가. 이번에는 윤 일병이 죽으면서 ‘얼마나 끔찍하게 아팠는가’ 하는 대목이 아주 살짝 밝혀졌는데, ‘군대를 없애자!’ 하고 외치는 목소리가 한 줄기라도 나올까? 사단장이나 국방부장관 따위를 해임시켜 보았자 달라질 일은 없다(그나마 이런 말도 안 나온다). 군대를 없애야 할 뿐이다. 그래도, 군대가 있기를 바란다면, 스스로 군대에 이등병으로 들어가서 윤 일병처럼 얻어맞고 치약도 먹고 똥도 먹고 날마다 성추행과 강간도 받으면서 이태 남짓 지내 보기를 바란다.
아, 한 마디 빼먹었다. 내가 글이름에 ‘윤 일병과 개미 한 마리’라고 적었다. 내가 군대에 있을 적에, 나(내가 이등병이었을 때)를 비롯해 이등병이나 새내기(신병)를 괴롭히는 하사관이나 중대장이나 고참이나 이런저런 놈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었다. “너희 한 마리 죽이는 거는 개미 한 마리 죽이는 거하고 똑같아.” 4347.8.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