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갱 하나 같은 글



  빗소리를 듣는다. 아니, 내 마음이 빗소리를 듣고 싶다고 할 적에만 빗소리를 듣는다. 다른 때에는 빗소리를 못 듣는다. 아니, 안 듣는다. 이를테면, 일곱 살 큰아이하고 글놀이나 그림놀이를 할 적에 글과 그림에 온마음을 쏟으니 비가 오든 말든 다른 소리를 못 듣는다. 내가 읽고픈 책을 읽을 적에도 온마음을 기울여서 읽으니 바람이 불건 날이 춥건 아무것도 못 느낀다.


  글을 쓸 때를 돌아본다. 나는 글을 쓸 때에 오직 한 가지만 느끼고 생각한다. 내가 쓰는 글에 깃들 넋 하나만 느끼고 생각한다. 다른 것은 끼어들 틈이 없다.


  《여기는 산호초》라는 그림책을 읽은 느낌을 글로 쓰려고 하다가, 이 책이 판이 끊어진 줄 알아차리고, 또 이 책을 낸 출판사에서 어떤 다른 책을 냈는가 살피다가 《1평의 기적》이라는 책이 나온 적 있다기에 어떤 책인가 하고 살피다가 ‘양갱장수 할매’ 이야기를 본다.


  일본에서 아버지 뒤를 이어 양갱을 만드는 할매는 하루에 꼭 150개만 만든다고 한다. 자동기계라든지 일꾼을 더 쓰지 않고, 손수 팥을 고르고 삶고 다지고 끓이면서 젓고 주무르니까 더 만들 수 없단다. 이렇게 하면서도 해마다 양갱을 팔아서 얻는 돈이 3억 엔이라지.


  그런데 양갱 할매는 이녁 아버지한테서 양갱 빚기를 물려받았다고 한다. 이녁 아버지는 아주 꼼꼼하면서 찬찬히 이녁 딸한테 양갱 빚기를 물려주었다고 한다.


  나는 어떤 글을 써서 우리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저희 아버지한테서 어떤 글을 물려받을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삶을 가꾸면서 우리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저희 아버지한테서 어떤 사랑이 서린 글을 물려받을 수 있을까. 내가 쓰는 글 하나는 양갱 할매가 빚는 양갱 하나와 얼마나 같거나 다른가 하고 생각해 본다. 4347.8.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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