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을 바라보는 마음



  아이들을 씻기거나 내 몸을 씻을 때에도 내 발을 들여다보는 일이 없습니다. 빨래를 하거나 집안을 쓸고닦을 적에도 내 발을 살펴보는 일이 없습니다. 자전거를 달릴 적에도 내 발을 내려다보는 일은 없는데, 이러다가, 아이들과 골짝마실을 가서, 골짝물에 두 발을 담그며 비로소 내 발을 바라봅니다.


  한참 물놀이를 하면서 쪼글쪼글한 발을 바라봅니다. 고무신을 꿰느라 발끝만 하얗게 안 타고 발등부터 종아리와 허벅지 모두 까무잡잡하게 탄 살갗을 바라봅니다.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가파른 언덕을 올라와 골짜기로 찾아온 내 발을 바라봅니다.


  이 발로 이 땅을 버티고 서서 큰아이를 안고 돌아다녔어요. 이 발로 이 땅을 디디고 서서 작은아이를 안고 걸었어요.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한테 이 발을 물려주었고, 나는 이 발을 우리 아이들한테 물려줄 테지요. 우리는 서로 어떤 길을 걸어갈까요. 우리는 저마다 어떤 삶을 밝히면서 어떤 꿈을 가꿀까요.


  골짝물이 부서지면서 거품을 냅니다. 골짝물이 콰르르 쾅쾅 쏟아지면서 귀가 멍합니다. 골짝물이 내 발가락을 어루만집니다. 골짝물이 내 발등과 발바닥을 살살 간질입니다. 물거품이 하얗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4347.8.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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