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처음 나와 엄청나게 많이 팔린 책을 2014년 여름이 되어 비로소 장만해서 읽는다. 지나치게 많이 팔린 책은 내 눈길을 사로잡지 못한다. 누가 이런 책을 선물해 준다 한들 읽지도 않는다. 《야생초 편지》는 ‘풀’을 이야기하는 책이지 싶어 언젠가 읽을까 하고 생각했다. 고흥 시골집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틈틈이 몇 쪽씩 읽는다. 이 책은 황대권 님이 옥살이를 하면서 만난 풀하고 어떤 눈빛을 주고받았는가 하는 이야기를 담는데, 곳곳에 ‘풀’이라는 낱말을 쓰지만, 이와 함께 ‘야초’나 ‘야생초’ 같은 일본 한자말을 자꾸 쓴다. 책이름도 “풀 편지”나 “들풀 편지”가 아닌 “야생초 편지” 아닌가. 그러고 보면, 1998년에 윤구병 님이 《잡초는 없다》라는 책을 선보인 적 있는데, 이분도 ‘풀’이라는 낱말보다 ‘잡초’라는 낱말을 즐겨쓴다. 참말 왜 그럴까. 늘 풀을 보고 만지고 밟고 뜯고 베고 하면서 왜 ‘풀’을 ‘풀’이라 하지 못할까. 아직 풀을 풀 그대로 바라보는 눈길이나 눈빛이 되지 못했기 때문일까. 들에서 자라는 들풀이고, 숲에서 자라니 들풀이며, 멧골에서 자라니 멧풀이다. 그뿐이다. 황대권 님이 쓴 《야생초 편지》를 천천히 조금씩 읽으며 생각해 본다. 이 책 하나는 ‘완성품’이 아니다. 옥살이에서 빛이 되어 준 풀과 천천히 동무가 되면서, 황대권 님 스스로 새로운 삶에 눈을 뜨는 실마리를 찾아가는 첫걸음이라 할 만하다. 요즈음 황대권 님은 영광 숲속에서 흙을 만지는데, 요즈음은 어떤 이름을 쓸는지 궁금하다. ‘풀김치’라고 말할까, ‘야생초김치’라고 말할까? 4347.8.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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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출간10주년 개정판
황대권 글.그림 / 도솔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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