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빨강이 어때서 ㅣ 내인생의책 그림책 31
사토 신 글, 니시무라 도시오 그림, 양선하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10월
평점 :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16
나는 예쁜 빨강이
― 빨강이 어때서
사토 신 글
니시무라 도시오 그림
양선하 옮김
내인생의책 펴냄, 2012.10.31.
“わたしは あか ねこ”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2011년에 처음 나온 그림책이 있습니다. 한국말로 옮기면 “나는 빨강 고양이”입니다. 우리 둘레에서 만날 수 있는 고양이가 가운데 빨강 빛깔 털이 있는 고양이는 없지 싶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고양이인 “빨강 고양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그림책에서는 빨강 고양이가 태어납니다. 하양 고양이와 까망 고양이 사이에서 뜻밖에 빨강 털이 가득한 고양이가 태어나요.
어쩐 일일까요. 어찌된 셈일까요. 하양과 까망 사이에서 빨강이 태어날 수 있을까요?
.. 난 빨강이야. 우리 엄마는 하얗고, 우리 아빠는 까맣지. 난 하양이랑 까망이랑 줄무늬랑 얼룩이랑 함께 태어났어 .. (2쪽)
그림책 《빨강이 어때서》를 읽으면, 어미 고양이는 ‘우리한테서 저런 고양이가 나올 수는 없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미 고양이는 걱정합니다. 틀림없이 저희가 낳았으니 저희 고양이로 여기지만, 앞으로 ‘고양이 사회’에서는 ‘빨강 털’로 살아갈 수 없으리라 여깁니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 털빛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하양 털빛이나 까망 털빛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른 고양이들도 ‘빨강이’가 ‘하양이’나 ‘까망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느 날 빨강이는 아주 슬픈 일을 마주합니다. 하양 털인 고양이들은 하양 털빛 암고양이(어미니)한테 살근살근 달라붙고, 까망 털인 고양이들은 까망 털빛 수고양이(아버지)한테 가만가만 다가갑니다. 빨강 털빛 고양이는 혼자 갈 데가 없습니다. 혼자 어디에든 끼지 못합니다.
.. “아휴, 저렇게 털이 빨개서 어쩌지?” 엄마 아빠는 한숨 쉬며 나를 걱정했어. 하지만 난 내 빨간 털이 마음에 쏙 들었어! 참 예뻐 보였거든 .. (7쪽)
빨강이가 갈 곳은 한 군데입니다. 집 바깥입니다. 빨강이는 혼자 집을 떠나기로 합니다. 아무도 빨강이를 붙잡지 않습니다. 아니, 아무도 빨강이가 집을 나간 줄 알아차리지 않습니다. 빨강이는 하염없이 헤맵니다. 헤매고 헤매다가 눈물을 똑 흘립니다.
이때, 빨강이는 삶이 너무 괴로운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버릴 수 있습니다. 빨강이는 더는 살 마음이 들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고양이 아닌 사람은, 이런 일에 맞닥뜨리면 어떻게 하는가요. ‘우리와 같지 않다’면서 ‘나를 혼자 따돌리’는 사회 얼거리가 있다면, 이런 사회 얼거리에서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요. 그림책은 고양이를 빗대어 이야기를 하고, 그림책은 빨강 고양이를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고양이가 아닌 사람이라면, ‘빨간 사람’은 삶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는지요.
.. “흰 우유를 많이 마시면 하얘질지 몰라!” 엄마는 흰 우유를 듬뿍 마시게 했어. 하지만 난 하얘지고 싶지 않았어 .. (10쪽)
빨강 털빛 고양이는 죽지 않습니다. 아니, 죽을 마음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빨강 빛깔 고양이는 제 털빛을 몹시 사랑하거든요. 빨갛게 빛나는 털빛이 얼마나 고운가 하고 생각합니다. 비록 어머니와 아버지와 동무한테서는 모두 떨어져야 하지만, 빨강이는 혼자 씩씩하게 살아가기로 합니다. 내 삶은 내 손으로 힘차게 가꾸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럴 무렵, 빨강이는 놀랍도록 눈부신 동무를 만납니다. 빨강이가 만난 동무는 파랑이입니다.
이런. 빨강 고양이에 이어 파랑 고양이라니. 파랑 고양이도 지구별에는 있을 수 없을 터이나, 그림책에는 예쁘게 나옵니다. 아마 파랑 고양이도 빨강 고양이처럼 집을 떠나 홀로 돌아다니던 길이었겠지요. 내 삶은 내가 일군다는 마음으로 씩씩하고 꿋꿋하며 힘차게 제 길을 걸었겠지요.
.. 그날부터 나랑 파랑이는 늘 함께 지냈어. 잘 때도, 놀 때도, 먹을 때도, 노래 부를 때도 말이야. 그리고, 빨간 고양이, 주황 고양이, 노란 고양이, 초록 고양이, 파란 고양이, 남빛 고양이, 보라 고양이가 태어났지 뭐야 .. (28∼30쪽)
빨강이는 예쁩니다. 파랑이도 예쁩니다. 하양이도 까망이도 예쁩니다. 안 예쁜 아이는 없습니다. 모두 예쁜 아이들이요, 모두 어여쁜 숨결입니다.
나도 예쁘고 너도 예쁩니다. 우리도 예쁘고 너희도 예쁩니다.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예쁘고, 저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예쁩니다. 이곳에서 삶을 가꾸는 사람도 예쁘며, 저곳에서 삶을 북돋우는 사람도 예쁩니다.
대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예쁩니다. 중학교나 초등학교조차 안 다녔어도 예쁩니다. 주머니에 돈이 그득해도 예쁘고, 주머니에 돈이 한푼조차 없어도 예쁩니다. 긴머리도 예쁘고 짧은머리도 예쁩니다. 모두 예쁘고, 저마다 예쁩니다.
마음을 보면 돼요. 마음을 읽고, 마음을 나누며, 마음을 사랑하면 돼요. 겉모습에 홀리지 말아요. 겉차림에 휘둘리지 말아요. 우리가 바라볼 곳은 따사로우면서 아름다운 빛입니다. 우리는 따사로우면서 아름다운 빛을 가슴에 품고 사랑을 꽃피우는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하면 됩니다. 4347.8.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