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소니아 꼬맹이 마음 25
후치가미 사토리노 지음, 김석희 옮김, 사와타리 시게오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15



마주 바라보기

― 하얀 소니아

 후치가미 사토리노 글

 사와타리 시게오 그림

 김석희 옮김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2007.12.20.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보셔요. 아이들도 우리를 가만히 바라봅니다. 아이한테 낯을 찡그려 보셔요. 아이들도 우리한테 낯을 찡그릴 테지요. 그러나, 우리가 낯을 찡그리더라도 아이들은 낯을 안 찡그리기도 해요. 활짝 웃거나 깔깔 웃으면서, 낯을 찡그린 어른들이 남우세스럽게 이끌기도 합니다. 또는 낯을 찡그린 어른한테 살며시 안기면서 말없이 따스한 말을 들려줍니다.



.. 참으로 우연한 첫 만남. 그 강아지는 작은 우리 속에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  (5쪽)



  그림책 《하얀 소니아》(어린이작가정신,2007)는 아주 남다르다 싶은 이야기를 담습니다. 아주 조그맣고 여린 강아지가 씩씩하게 자라는데, 씩씩하게 잘 자란 강아지와 즐겁게 놀던 어른 한 사람이 그만 일찍 숨을 거둡니다. 언제나 마주 바라보던 둘이었는데, 한쪽은 마주 바라보지 못합니다. 한쪽만 멀거니 바라봅니다.


  이때부터 ‘소니아’라는 개는 그야말로 멀거니 어디인가 바라보는 버릇이 생겼고,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올 무렵 ‘까만 털’이 차츰 ‘하얀 털’로 바뀌었대요. 그리움이 털빛을 온통 하얗게, 눈빛처럼 하얗게, 구름처럼 하얗게, 티가 없이 하얗게 바꾸어 주었을까요.



.. 소니아는 아빠를 바라보고, 아빠는 소니아를 바라보고 ..  (13쪽)







  근심이 많다든지 걱정이 많으면, 사람들도 까만 머리카락이 하얀 머리카락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근심과 걱정이란 무엇인가 하면 늙음입니다. 다만, 늙음은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저 늙음일 뿐입니다.


  이와 달리, 근심과 걱정이 아닌 마음이라면, 그러니까 삶을 새로 짓는 생각이라면, 삶을 사랑하는 생각이라면, 어느새 흰머리가 까만머리로 달라지곤 합니다. 새로운 생각으로 짓는 삶과 사랑하는 생각으로 가꾸는 삶이란 그야말로 ‘삶’이거든요.


  이리하여, “하얀 소니아”는 어느 때부터 목덜미에 ‘까만 털’이 났대요. 짙은 그리움이 새로운 빛이 되었다고 할까요. 깊은 그리움이 새로운 사랑으로 거듭났다고 할까요.



.. 소니아, 언제나 그윽한 눈동자는 변함없이 가만히, 그저 가만히, 거기에 무언가가 있나 하고 여겨질 만큼 뚫어지게, 그저 뚫어지게 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  (26쪽)



  크고 씩씩한 개가 된 작고 여린 강아지 소니아는 무엇을 보았을까요. 언제나 어느 한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고 하는데, 말없는 말로 어느 한 곳을 바라보다가 ‘넋으로 하늘을 떠도는 옛 사랑’을 만났을까요. 넋으로 하늘을 떠도는 옛 사랑은 “하얀 소니아”한테 이제 걱정과 근심은 내려놓고 삶을 아름답게 누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까요.


  따사로운 빛이 흐릅니다. 너그럽고 포근한 빛이 흐릅니다. 살가우면서 따뜻한 빛이 흐릅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더라도 사랑은 사랑입니다. 가뭄이거나 장마라 하더라도 사랑은 사랑입니다. 낮이거나 밤이거나 사랑은 사랑입니다. 그렇지요? 사랑은 늘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입니다. 그림책 《하얀 소니아》는 늘 언제 어디에서나 고이 흐르는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4347.8.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