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180. 2014.7.26.ㄱ 내 책은 없어



  누나가 재미나게 보던 만화책을 억지로 빼앗은 산들보라가 히죽거린다. 누나가 책만 읽으니 재미없어서 곧잘 이런 짓을 한다. 함께 뛰놀자는 뜻으로 자꾸 누나를 들쑤신다. 이럴 때마다 일곱 살 누나는 “내 책이야! 가져가지 마!” 하고 외치는데, 우리 집에는 내 책도 네 책도 없다. 우리 책이 있을 뿐이다. 어느 책 하나를 동생이 가져가면 그냥 주면 된다. 다른 책을 보면 되지. 다른 책을 가져가면 또 다른 책을 보면 된다. 그렇게 백 권 천 권 만 권 다른 책을 보면 된다. 그래도 자꾸자꾸 가져가면, 이제 책은 그만 내려놓고 깔깔 웃으면서 뛰놀면 되고.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