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개구리 두 마리



  서재도서관 문간에 놓은 나무작대기 끝에 풀개구리 두 마리가 앉는다. 이 아이들은 이곳이 좋을까. 가만히 보면, 우리 네 식구가 고흥에 온 첫 해부터 풀개구리는 서재도서관 문간에서 놀았다. 이 아이들은 이곳에서 태어났을는지 모른다. 이 자리는 학교 건물이 서기 앞서 논이었을 테고, 온갖 개구리가 이 터에서 나고 자라면서 살아왔으리라 느낀다.


  도시를 떠나지 않는 참새나 비둘기나 직박구리나 딱새나 온갖 새들이 있다. 이 새들이 도시를 떠나지 않는다고 여길 수 있지만, 이 새들은 먼먼 옛날부터 그곳에서 나고 자랐다고 느낄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살피면,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잃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만 고향을 잃지 않는다. 새도 개구리도 풀벌레도 고향을 잃는다. 개똥벌레와 다슬기도 고향을 잃는다. 미꾸라지와 멸치도 고향을 잃는다. 넙치와 해오라기와 두루미도 고향을 잃는다. 자꾸자꾸 도시가 커질수록 고향을 잃는 사람과 목숨이 늘어난다. 끝없이 도시가 자랄수록 고향뿐 아니라 삶터를 잃는 사람과 목숨이 늘어난다. 4347.8.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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