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되려는 도서관 (사진책도서관 2014.7.2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와서 책을 갈무리한다. 요즈음은 날마다 아침에 밥을 차려서 함께 먹고 나서, 글을 쓴 뒤, 자전거를 몰아 도서관에 나온다. 도서관에서 두 시간 남짓 책을 갈무리하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골짝마실을 하거나 면소재지 초등학교 놀이터로 간다.
오늘도 여느 날과 같이 도서관에서 땀을 쏟으면서 책을 갈무리한다. 도서관 문간에 만화책이 돋보이도록 자리를 바꾼다. 우리 도서관은 ‘사진책도서관’이면서 여러 갈래 책을 골고루 갖춘다. 만화책을 도서관 문간에 잘 보이도록 자리를 바꾸는 까닭은, 한국 사회에서 만화책이 너무 푸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만화책이 제대로 알려지고 읽혀서, 사람들 마음에 아름다운 빛으로 드리울 수 있기를 빈다.
한창 책을 갈무리하는데 윙윙 소리가 난다. 아, 항공방제 헬리콥터 소리로구나. 항공방제 헬리콥터 때문에 오늘은 다른 날보다 일찍 집에서 나왔다. 저 끔찍한 ‘농약 헬기’에서 뿌리는 농약이 우리 집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마을에서는 ‘친환경농약’을 뿌린다고 했으나, 올해부터 ‘그냥 농약’을 헬리콥터로 뿌린다. 지난해까지 우리 마을은 ‘친환경농업단지’ 이름을 내걸었지만, 마을 어른들은 남몰래 ‘그냥 농약’을 엄청나게 뿌렸다. 그러니, 허울만 좋은 ‘친환경농업단지 쌀’이었고, 이 쌀을 비싸게 사들인 서울 강남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농약검사를 하니 두 해 동안 잇달아 농약이 나와서, 올해부터는 ‘친환경농업단지 면허가 취소’되었단다.
모르는 노릇인데, 친환경농업단지 면허가 취소된 일을 모두 반기리라 느낀다. 왜냐하면, 이제는 농약을 마음 놓고 뿌릴 수 있으니까. 지난해에는 눈치를 보면서 새벽이나 밤에 몰래 치는 분이 참 많았다. 올해에는 거리낌없이 마음껏 농약물결을 이룬다.
4대강사업도 말썽이요, 밀양 송전탑도 말썽이며, 제주 해군기지도 말썽이다. 그런데, 우리 삶에서 농약처럼 커다란 말썽이 또 있을까? 농약 말썽에 눈길을 두는 지식인은 몇이나 되는가. 농약 말썽을 풀려는 과학자는 얼마나 있는가. 농약 말썽을 꾸준히 밝히고 글로 쓰거나 책으로 펴내어 도시사람과 시골사람 모두 일깨울 슬기로운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 도서관은 책으로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그리고, 책을 이루는 바탕인 나무가 아름답게 푸른 빛깔로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책과 빛과 숲이 하나인 삶으로 나아가는 도서관이 되려 한다. 우리 살림살이도 책과 빛과 숲 하나가 되는 길로 나아가야 아름다우리라 느낀다. 책이란 배움이다. 빛이란 사랑이다. 숲이란 삶이다. 그러니까, 슬기롭게 배우고 사랑을 나누며 삶을 밝히는 길이 우리들 꿈이다.
곁님은 이곳에 ‘새로운 학교’를 만들고 싶어 한다. 새로운 학교를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면서 즐겁게 열려는 꿈을 품고 미국에 ‘람타 공부’를 하러 갔다. 지난해에는 석 달, 올해에는 한 달 머문다. 곁님 배움삯은 카드빚으로 긁는다. 카드빚을 걱정하지 않는다. 곧 멋진 ‘도서관 평생 지킴이’ 한 분이 나타나 주리라 믿는다. 얘들아, 우리 도서관에서 신나게 논 뒤 골짜기로 놀러가자.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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