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에서 시집을 읽는다. 아이들과 골짝마실을 하면서 어떤 책을 하나 가져가 볼까 생각하다가 시집을 고른다. 시집 가운데, 전남 고흥과 바다로 맞닿은 전남 장흥에서 글을 쓰고 마실을 다니면서 아름다운 빛을 누린다고 하는 한승원 님이 쓴 시집을 옷가방에 넣는다. 자전거를 끌고 땀을 바가지로 쏟으면서 골짜기에 닿은 뒤, 아이들하고 삼십 분 남짓 함께 물놀이를 한다. 그러고 나서, 내 몸을 파랗게 물들이는 춤을 한 사위 춘다. 아이들이 노는 앞에서 혼자 춤을 춘 뒤, 즐겁게 시집을 펼친다. 아이들 노랫소리와 함께 시를 하나하나 읽는다. 시집 《달 긷는 집》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을까. 한승원 님은 이녁이 걸어온 나날을 어떻게 돌아보면서 어떤 말을 이녁 딸아들한테 남기고 싶었을까. 소설을 쓰고 시를 쓰는 삶을 빛낸 한승원 님 발자국을 촘촘히 아로새기듯, 한승원 님한테 애틋한 사람들 낯빛과 목소리가 싯말마다 흐른다. 한동림, 한강 두 사람은 아버지가 쓴 시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릴까, 웃음을 흘릴까. 곰곰이 헤아려 본다. 작은아이가 춥다고 부른다. 시집을 덮고 옷을 갈아입혀야겠다. 4347.7.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 달 긷는 집
한승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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