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사슴벌레가 사나



  밥상을 차리려고 마당에 돋은 싱그러운 풀을 뜯는다. 이곳저곳 돌아가면서 조금씩 뜯는다. 한참 풀을 뜯다가 마당에 떨어진 조각을 본다. 조각이라기보다 ‘사슴벌레 뿔’이 아닌가 하고 느낀다. 네가 여기에 왜 있지? 다른 몸통은 없이 왜 이렇게 뿔조각만 있지? 설마 우리 집 나무에 사슴벌레가 사나? 아니면 우리 집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수많은 멧새가 다른 나무에서 사슴벌레를 잡아서 우리 집 후박나무 가지에 앉아서 먹다가 뿔조각을 톡 떨어뜨렸을까. 우리 집에서 사는 마을고양이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 사슴벌레를 잡아먹고는 뿔조각을 남겼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사슴벌레가 이 둘레 어디에선가 누군가한테 잡아먹힌 뒤 뿔조각만 달랑 남겼지 싶다. 4347.7.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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