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는
잠자리는 잡으려고 폴짝폴짝 뛰거나 우악스럽게 다가가면 휙휙 날아간다. 재빨리 몸이나 손을 놀려도 잠자리는 아주 가볍게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와 달리, 잠자리가 있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으면 잠자리는 사뿐사뿐 날아와, 내 머리나 어깨에도 앉는다. 곧게 팔을 뻗어 손가락을 내밀면 잠자리는 내 손가락에도 가볍게 내려앉는다.
잡으려고 하면 못 잡지만, 잡을 마음이 없으면 외려 잡을 수 있다. 다만, 마흔 살 아저씨는 이제 잠자리를 잡지 않는다. 잠자리랑 함께 놀면 될 뿐, 굳이 잠자리 날개를 손가락으로 꼭 잡을 일이 없다. 잠자리 눈망울을 들여다보고, 잠자리 날개를 가만히 바라본다.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가 있으면 거미한테 미안하지만 줄을 걷어 준다. 거미는 제 줄을 다시 삼켜서 새로운 줄을 만들 테지. 잠자리는 날개에 붙은 거미줄을 바람에 하나둘 털면서 새롭게 날아오를 테지. 잠자리가 있어 풀밭이 싱그럽다. 잠자리가 날면서 풀밭에 고즈넉한 노래가 흐른다. 4347.7.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