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52] 바람이



  둘레 어른들은 모두 ‘튜브’라 하고, 때로는 ‘주브’라고도 하는데,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면서 쓰는 놀잇감한테 쉬우면서 재미난 이름을 붙이면 어떨까 하고 생각을 기울여 봅니다. 여느 때에는 쪼글쪼글하지만 입으로 바람을 후후 불어넣으면 탱탱해지니, 바람을 넣는 주머니라는 뜻으로 ‘바람주머니’라 이름을 붙이면 재미있겠다고 느꼈어요. 읍내에서 두 아이 몫으로 바람주머니를 둘 장만한 뒤, 골짜기로 물놀이를 가면서 가지고 갑니다. 두 아이 몫 바람주머니를 후후 불자니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기운을 내어 바람을 다 넣고 아이들한테 건네는데, 네 살 작은아이가 문득 “내 바람이!” 하고 말합니다. 바람을 넣은 주머니인 이 놀잇감한테 작은아이도 제 깜냥껏 예쁜 이름을 붙여서 불렀다고 할까요. ‘바람이’라는 낱말을 혀에 얹어 한참 굴려 봅니다. 예쁘네. 길이도 짧고 살가운 이름이네. 이제부터 우리는 물놀이를 할 적에 ‘바람이’를 데리고 가자. 4347.7.2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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