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생각 3. 몸에 맞는 자전거
자전거를 탈 적에는 몸에 맞는 자전거를 타야 합니다. 더없이 마땅한 말이기는 한데, 몸에 안 맞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대단히 많습니다. 누가 선물로 주었다든지, 경품으로 자전거를 받았다든지, 아이가 나중에 자랄 몸을 생각해서 되게 큰 자전거를 받는다든지, 이런저런 때에 몸에 안 맞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퍽 많습니다.
옷이라면 소매를 접어서 입겠지요. 그런데, 발보다 큰 신은 꿰기 어렵습니다. 커다란 신을 어떻게 신고 다닐까요. 발보다 작은 신도 꿰기 힘듭니다. 작은 신을 어떻게 신고 다닐까요.
내 몸보다 작은 자전거를 타면 몸도 자전거도 힘듭니다. 내 몸보다 작은 자전거를 자꾸 타면 무릎이 아프고 등허리를 굽혀야 하며 팔이 늘 저리기 마련입니다. 목도 아플 테지요.
내 몸보다 큰 자전거를 타면 몸이 고됩니다. 어떤 아이들은 발이 닿지 않는 커다란 자전거를 탑니다. 안장에 앉을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어버이는 왜 이 아이한테 ‘몸에 맞는 자전거’를 장만해 주지 못할까요? 자전거 한 대 장만하는 값이 비쌀까요? 어차피 몸이 클 테니, 몇 해쯤 ‘큰 자전거’를 타도록 해야 돈을 아낄까요?
앞서 말하기도 했지만, 돈이 아깝다면, 아이한테 큰 신을 신겨 보셔요. 몇 해쯤 큰 신을 신겨 보셔요. 자, 몇 해쯤 큰 신을 신기면 어찌 될까요? 아이가 발이 자라면 ‘큰 신’이 어느덧 발에 맞을까요? 아마 맞을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큰 신을 몇 해쯤 신으면 신도 닳아서 더 못 신어요. 처음부터 발에 잘 맞는 신을 신도록 했으면, 신이 낡거나 닳을 때까지 즐겁게 신습니다.
자전거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그러나, 몸에 맞는 자전거를 타도록 하는 일은 ‘돈을 버리는 일’이 아니에요. 아이가 ‘몸에 맞는 자전거’를 몇 해 즐겁게 탄 뒤, 몸이 자라고 나면, ‘몸에 작은 자전거’는 자전거집에 팔면 됩니다. 이웃한테 선물하면 됩니다. 집이 넓거나 광이 큼지막하다면, ‘작은 자전거’를 곱게 모셨다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이녁 아이를 낳을 적에 물려주어도 됩니다.
자전거를 처음 탄다면, 인터넷에서 자전거를 골라서 장만하기보다는 자전거집에 찾아가서 ‘내 몸에 맞는 크기’를 고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터넷에서 자전거를 골라서 장만한다면, ‘자전거 크기에 따라 어떤 몸(키)일 때에 타야 하는가’ 하는 도표를 먼저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4347.7.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자전거와 함께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