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25. 사진잔치를 연다



  사진을 찍기 때문에 사진잔치를 엽니다. 흔히 ‘전시회’라는 이름을 많이 쓰는데, 나는 늘 ‘잔치’라는 이름을 씁니다. 한자말 ‘전시회(展示會)’는 “작품을 보여주는 자리”를 가리킬 뿐이지만, 한국말 ‘잔치’는 “사진을 놓고 함께 기뻐하면서 즐기는 삶”을 나타냅니다. 책을 놓고 ‘책잔치’를 하듯이, 사진을 놓고 ‘사진잔치’를 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사진잔치는 조촐히 열 수 있고, 커다랗게 열 수 있습니다. 전시관을 빌려서 사진잔치를 마련해도 되고, 마을에서 담이나 골목을 빌어 사진잔치를 꾸려도 되며, 우리 집 한쪽에 사진을 걸어서 이쁘장한 잔치판을 이루어도 됩니다.


  사진잔치를 할 적에는 사진틀을 반드시 마련해야 하지 않습니다. 사진전시회에서는 ‘사진을 판다’는 뜻도 있을 텐데, 사진잔치에서는 ‘사진 팔기’를 할 수도 있지만, ‘사진 함께하기’나 ‘사진 나누기’ 뜻이 한결 짙습니다. 나 스스로 즐겁게 찍은 사진을 이웃과 동무한테 선보이면서, 이 사진을 홀가분하게 선물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선물받은 사람은 나한테 값을 치러 줄 수 있지만, 그냥 가져갈 수 있어요.


  사진을 종이에 앉히자면 돈이 듭니다. 돈이 들지요. 그런데 잔치를 여는 까닭은 ‘돈을 벌’ 뜻이 아닙니다. 돈을 모으고자 꾸미는 잔치가 아니라, 삶을 즐기거나 노래하고 싶은 뜻에서 마련하는 잔치입니다. 그동안 내가 찍은 사진을 가만히 돌아보면서 ‘내가 보기에 아름답구나’ 싶은 이야기를 추립니다. 아름답구나 싶은 이야기를 알뜰살뜰 엮어서 널리 선보입니다. 이때 나는 내가 그동안 어떤 사진을 어떻게 찍었는지 되새깁니다. 이웃과 동무는 내가 어떤 사진을 어떻게 찍는구나 하고 알아차립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사진 이야기’가 넘칩니다.


  비평이나 평가나 이론이 오가야 하지 않습니다. 서로 즐기는 사진을 놓고 오순도순 이야기잔치를 꽃피우면 넉넉합니다.


  사진을 즐긴다면 사진잔치를 열어요. 학생이라면 학교에서 교실 한 칸이나 골마루 한쪽에 꾸밀 수 있습니다. 여느 아저씨나 아주머니라면 ‘우리 집 마루나 방’에 사진을 예쁘게 꾸며 놓고 먹을거리를 기쁘게 마련한 뒤 이웃과 동무를 불러요. 즐겁게 사진을 찍는 나를 북돋웁니다. 나한테 반가운 이웃과 동무한테 고운 빛을 나누어 줍니다. 4347.7.2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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