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길이 다르다



  사람들이 저마다 걷는다. 어떤 사람은 걷는 일이 거의 없이 자가용과 승강기만 탈는지 모르지만, 날마다 한두 걸음쯤 디디기 마련이다. 오줌이나 똥을 누러 뒷간에 가든, 침대에 눕든, 창가에 서든, 두 다리를 움직여야 비로소 어디론가 갈 수 있다.


  걷는 곳에 따라 보는 모습이 다르다. 도시에서 걷는 사람과 시골에서 걷는 사람은 다른 모습을 본다. 도심지를 걷는 사람과 골목길을 걷는 사람은 다른 삶을 본다. 들길을 걷는 사람과 숲길이나 바닷길을 걷는 사람은 다른 빛을 본다.


  걷는 길이 다르기에 생각이 다르다. 그런데, 걷는 길은 다르지만 생각이 같을 수 있다. 왜냐하면, 도시에서 걷건 시골에서 걷건 마음밭에 아름다운 꿈 하나를 씨앗으로 심는다면, 어디에서 걷건 생각이 만날 수 있다. 마음밭에 아름다운 꿈 하나를 씨앗으로 심지 않는다면, 시골에서 숲길을 나란히 걷더라도 생각이 안 만나기 일쑤이다.


  걷는 길이 다르다. 어른과 아이가 걷는 길이 다르다. 아이를 낳고 나서 우리 식구가 걷는 길이 다르다. 우리 식구는 조용히 걷는 길이 즐겁다. 우리 식구는 풀과 꽃과 나무하고 동무를 삼으면서 풀벌레와 멧새랑 노래하는 길이 사랑스럽다. 천천히 걷는다. 푸른 빛깔이 우거진 길을 걷는다. 4347.7.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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