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나무 무럭무럭 자란다



  골짜기에 어린나무가 무럭무럭 자란다. 큰나무가 떨군 씨앗이 땅에 떨어지면서 하나둘 싹을 틔운다. 모든 씨앗이 싹을 틔우지는 못한다. 다람쥐 먹이가 되는 씨앗이 있고, 개미 먹이가 되는 씨앗이 있다. 미처 흙에 닿지 못하거나 물살에 떠내려 가느라 땅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씨앗이 있다.


  도시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경제개발’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면서 두멧자락 작은 골짜기까지 ‘4대강사업’ 손길을 뻗는다. 이 바람에 골짜기를 이룬 돌과 흙과 숲이 망가진다. 참으로 끔찍한 노릇인데, 숲은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꺾인 나무도 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살아남은 큰나무는 조용히 씨앗을 떨군다. 한 해가 흐르면 이 씨앗 가운데 몇이 싹을 틔워 씩씩하게 자란다.


  앞으로 열 해가 흐르고 스무 해가 흐르면 새로운 숲이 되리라. 앞으로 쉰 해가 흐르고 백 해가 흐르면 놀라운 숲으로 거듭나리라. 오늘 이곳에 농약을 뿌리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쉰 해 뒤에는 농약을 뿌릴 사람이 없으리라 본다. 오늘 이곳에 삽차를 들이대어 마구 파헤치는 사람들이 있을지라도 백 해 뒤에는 골짜기에 삽차를 끌고 올 사람이 없으리라 느낀다.


  어린나무를 밟지 않도록 발걸음을 옮긴다. 4347.7.2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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