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말나리 책읽기
하늘말나리라는 이름은 일찍부터 들었지만, 막상 이 꽃을 두 눈으로 보지 못했다. 사진으로는 보았으나, 하늘말나리 곁에 서거나 쪼그려앉아서 꽃내음을 코로 맡지는 못했다.
아이들과 골짝마실을 하던 날, 골짝물 흐르는 둘레에 피어난 꽃을 한 송이 본다. 둘도 셋도 없이 꼭 한 송이만 있다. 물놀이를 하다가 바위를 타고 오른다. 꽃을 바라본다. 너 참 곱구나. 사람들이 너더러 어떤 이름을 붙여서 말하든?
온통 짙푸른 빛깔이 넘치는 한여름 숲에서 작지도 크지도 않게 알맞춤하도록 빛나는 꽃은 도드라지도록 눈부시다. 내가 오늘 네 이름을 모른다 하더라도 내 마음속에는 너를 바라보며 받은 ‘즐거우면서 고운 빛’이 있단다. 그래서 나중에 네 이름을 알면 ‘즐거우면서 고운 빛’에 새로운 숨결이 흐르겠지.
사람들은 너한테 고운 이름을 붙여 주기도 하지만, 네가 자라는 이곳에 삽차를 마구 끌고 와서 ‘4대강 지류사업’을 벌였단다. 아마 그때 네 동무와 이웃이 무척 많이 죽었으리라 느껴. 그렇지만 너는 이렇게 살아남았지. 너를 비롯해서 다른 동무와 이웃도 꽤 살아남았겠지? 씩씩하게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씨앗을 퍼뜨리기를 빈다. 도시사람이 이 깊은 시골 골짜기까지 놀러와서 너를 꺾을는지 모르는데, 네 목아지가 톡 끊어지더라도 네 뿌리는 언제까지나 이곳에 있으리라 생각해. 다음에 골짝마실을 오면 또 만나자. 잘 지내렴. 4347.7.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