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저린 마음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나들이를 다닙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며 몸무게가 붙습니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자전거 나들이를 할 적에 힘이 더 들 만합니다.


  두 아이를 샛자전거와 수레에 앉혀 나들이를 다니는 동안 ‘예전보다 더 힘들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틀림없이 몸무게가 붙는데, 아이들 못지않게 아버지도 힘살이 붙습니다.


  큰아이는 네 살에 비로소 수레에 앉아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 나들이를 다녔습니다. 작은아이와 큰아이가 함께 수레에 앉다가, 샛자전거를 얻어 큰아이는 샛자전거로 옮깁니다. 아버지 자전거 뒤에 샛자전거와 수레를 붙이고 두 아이를 앉히면, 앞에서 끌어야 하는 무게가 꽤 묵직합니다. 오르막을 달리자면 몇 곱으로 힘을 써야 합니다.


  아이들과 자전거 나들이를 하는 동안 아버지도 천천히 자랍니다. 그런데, 천천히 자라기는 하면서도 팔이 저립니다. 예전에도 팔이 저렸고 요즘에도 팔이 저립니다. 예나 이제나 팔저림은 비슷하지 싶습니다. 팔이 저려 부엌칼 들기에도 벅차지만 새롭게 기운을 내어 통통통 무를 썰고 감자를 썰어 국을 끓입니다. 팔이 저리고 등허리가 결려 끙끙거리지만 아이들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 뒤 손빨래를 합니다.


  팔이 저린 마음을 누가 알까요. 먼먼 옛날부터 어머니들은 알 테지요. 먼먼 옛날부터 아버지들은 팔저림을 얼마나 알까요. 집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느끼는 팔저림을 우리 아버지들은 어느 만큼 받아들이거나 헤아릴까요. 팔이 저려 골골대는데, 아이들은 안아 달라 놀아 달라 다시 달라붙습니다. 얘들아 칠월 한복판 무더위에도 안겨야 하겠니? 아무렴, 너희들은 안겨야 하겠지. 안기면서 놀아야 하겠지. 땀이 나도 즐겁고, 땀이 나도록 즐거운 너희들이니까. 4347.7.2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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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7-21 23:09   좋아요 0 | URL
아이들 돌보며 살림도 하고 글도 쓰고... 참 부지런하셔요!
아이들은 몸무게가 늘고 어버이는 힘살이 붙는군요.^^

숲노래 2014-07-22 06:35   좋아요 0 | URL
예전부터 '어머니'들을 보면
'아가씨'였을 적에는 가냘프거나 마른 몸매였어도
'어머니'가 되고 난 뒤에는
팔뚝이 굵어지고 다리통도 단단해지면서
그야말로 '천하장사'가 되는구나 싶었어요.
그렇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