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65] 불어난 골짝물
― 장마가 끝난 골짜기에서


  장마가 오기 앞서 비가 거의 오지 않아서 골짜기는 물이 아주 얕았습니다. 이러다가 스무 날 남짓 비가 그치지 않고 내렸습니다. 골짜기는 물이 얼마나 많이 불었을까요. 비가 그친 이튿날 자전거를 몰아 아이들과 골짜기로 갑니다. 아, 골짜기에 닿으니 골짝물이 아주 엄청납니다. 스무 날 남짓 쏟아부은 빗물이 흐르는 골짜기는 마치 폭포와 같습니다. 골짝물 흐르는 소리도 여느 때와는 사뭇 달리 아주 큽니다. 이곳까지 자동차를 끌고 와서 술과 고스톱을 즐기는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보이지만 아랑곳할 일은 없습니다. 우리는 안쪽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니까요.

  고흥에서 지내며 스무 날 넘는 장마는 만난 적이 없습니다. 골짝물이 이렇게 불어난 모습을 처음 만납니다. 아이들은 무척 거세게 흐르는 골짝물을 보면서 섣불리 물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살짝 궁둥이를 담그고 나서는 “추워.” 하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나면서 슬슬 차가운 골짝물에 몸을 맞춥니다. 물을 튀기고 깊은 물에 잠기면서 놉니다.

  하얗게 물보라를 일으키는 골짝물을 바라봅니다. 장마가 길었을 적에는 날마다 고단했는데, 장마가 끝난 뒤 이렇게 멋진 골짝물을 베풀어 주는군요. 이튿날에도 다음날에도 해가 뜨겁게 내리쬐면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골짜기에 가려 합니다. 집과 더 가까운 데에 골짜기가 있으면 더 자주 마실을 할 테고, 아이들은 여름 내내 골짜기에서 살겠구나 싶습니다. 아니, 어른도 골짜기에서 여름 내내 살겠지요. 4347.7.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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