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꽂는 마음 (사진책도서관 2014.7.1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도서관을 옮길 생각으로 상자에 싼 책을 끌른다. 책을 상자에 담아 끈으로 묶을 적에도 힘을 많이 써야 하지만, 책상자를 도로 끌러 다시 꽂을 적에도 힘을 많이 써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내 책들을 다시 끌러 꽂으면서 무척 새삼스럽다고 느낀다. 나한테 이렇게 대단한 책이 있었나 하고 놀란다. 나 스스로 내 책에 놀란다. 1938년에 한국말로 옮긴 성경책도 나한테 있었네 하고 놀란다. 해방 앞뒤로 나온 온갖 ‘한국말사전 관련 자료’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괜히 놀란다.


  그렇다. 나는 이 책들을 장만하려고 모든 돈을 들이면서 살았다. 나는 이 책들을 하나하나 챙겨서 장만하려는 마음에, 집살림은 엉성하게 꾸리면서 책만 신나게 사들였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이런 책이 있겠는가? 아마 없겠지. 그러나 책 좋아하는 누군가는 이런 책을 깨끗하거나 정갈한 판으로 갖추어서 곱게 모시리라 본다. 나는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책길을 닦으려고 자주 들여다보거나 만지작거리면서 책이 많이 다쳤고 낡다.


  돈으로 건물을 짓기는 쉽다고 할 만하다. 요즘 같은 문명사회에서 건물 하나 뚝뚝뚝딱 참 쉽게 짓는다. 도서관 건물도 으리으리하게 얼마든지 짓겠지. 그런데, 도서관에 들여놓을 책은 어떻게 건사할까. 책은 없이 건물만 으리으리한 도서관이 한국에 넘치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책을 지키지 못한 채 건물만 지키는 도서관이 한국에 너무 많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책만 돌보고 지키느라 살림집과 도서관 건물은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다. 앞으로는 이 책들뿐 아니라 살림집과 도서관 건물을 함께 돌보는 길을 슬기롭게 생각해야겠다고 느낀다. 곁님은 이곳에서 ‘ㅍㄹㅅ 학교’를 가꾸고, 나는 이곳에서 ‘ㅍㄹㅅ 도서관’을 일구면서 새로운 빛을 열어야겠다고 느낀다.


  서두를 일은 없으니 찬찬히 하나씩 헤아리면서 다시 꽂는다. 아니, 새롭게 꽂는다. 내 책이지만 스스로 내 책인 줄 제대로 깨닫지 못하던 아름다운 책과 자료를 차근차근 천천히 제자리를 헤아리면서 꽂는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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